본문 바로가기
[음악감상실]/관현악곡 100선

관현악곡 100선 [89] 차이코프스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by 세포네 2023. 10. 19.
728x90


        The Sleeping Beauty, Op.66
             차이코프스키 / 잠자는 숲속의 미녀
             Pyotr Il'ich Tchaikovskii 1840∼1893
  




이 발레음악의 원작은 1697년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쓴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La Belle au Bois dormant)]이며, 이 이야기는 페로의 동화집 [어미 거위 이야기(Contes de ma mere l'oye)]를 통해 처음 간행되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 중 가장 연주시간이 길어서 무삭제 스코어의 공연시간이 4시간 가까이 되고, 축약판도 모두 공연하는 데 총 2시간 이상을 요한다. 영어 제목(Sleeping Beauty)와 러시아어 원제(Спящая красавица)는 모두 ‘잠자는 미녀’로 직역된다.
1888년 5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정극장의 총재였던 이반 프세볼로지스키는 차이콥스키에게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 근거한 발레음악을 써달라고 편지를 썼다. 당시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발레곡은 [백조의 호수]가 유일한 작품이었고, 그 작품마저도 당시에는 별로 대중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프세볼로지스키가 차이콥스키에게 처음 청탁했던 작품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아니었다. 그는 물의 요정 ‘운디네’ 이야기를 발레로 써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1869년 오페라로 쓰다가 폐기해버린 소재였던 ‘운디네’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차이콥스키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새 작품의 소재로 택하는 것으로 새 작업의 가닥을 잡았다. 그 해 8월 프세볼로지스키가 쓴 각본을 손에 넣은 차이콥스키는 주저없이 작곡에 착수했다고 한다.
안무는 러시아 궁정발레의 탁월한 안무가며 연출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담당했다. 프티파는 차이콥스키에게 작곡에 필요한 지침을 깨알같이 상세하게 적어 주었다. 그 지침에 따라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북부의 숲으로 둘러싸인 프롤로프스코 마을에 머물며 자신의 걸작을 완성했다. 작곡의 진척은 빠른 편이었다. 1888년 겨울 초안에 착수한 그가 관현악을 덧붙이기 시작한 것은 1889년 5월이었다.
작품은 1890년 1월 15일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러시아 왕 알렉산드르 3세는 초연보다 앞서 열린 ‘드레스 총리허설’에 여러 왕족들과 더불어 참석했다. 그는 관람을 마치고 나서 “아주 좋다”라는 한 마디 말만 남겼다고 한다. 기대가 컸던 차이콥스키는 그 일로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연을 지켜본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백조의 호수]보다 훨씬 좋았다.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1893년 세상을 떠났고 이 작품이 해외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순간은 지켜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러시아 궁정극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로 사랑 받았고, 1921년 런던 공연에서 대히트를 기록함으로써 불후의 발레 레퍼토리가 되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