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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100선

[59] 모차르트 / 서곡 피가로의 결혼

by 세포네 2023. 8. 12.


         Overture to Le Nozze Di Figaro
, K.492

               모차르트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은행원 앤디의 20년에 걸친 탈옥 준비 이야기가 깔끔 하게 다루어졌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교도소 방송을 통해 모 차르트의 오페라를 틀어 주는 장면이었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던 죄수들의 얼굴 에 나타났던 평화로운 표정은 영화를 보던 사람들에게도 잠시 현실을 벗어나 안락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마술 같던 음악은 바로 이 ≪피가로의 결혼≫중에서 '편지의 이중창'이었다.

이 오페라는 18세기의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가 쓴 희곡을 다폰테라는 사람이 고치면서 동시에 모차르트가 계속 음악을 붙여 가며 6주만에 모두 완료한 음악이다. 이 곡의 초연은 1786년 빈의 부르크라는 극장에서 황제까지 참석하여 거행됐지만 이렇게 상연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까닭은 보마르셰의 원작이 프랑스 혁명 전야의 부패하고 타락한 지배층을 통렬하게 비판, 조소하는 내용의 희곡이어서, 본국 프랑스는 물론이고 빈에서도 기피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오페라가 그대로 상연될 수 있었던 것은 다폰테의 뛰어난 솜씨와 정치적 역량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삭제하고 재치 있게 대본을 만들어 황제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희곡은 얼마후 일어나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 중 하나가 되는 역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오페라의 배경은 보마르셰가 쓰고 로시니가 작곡한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같은 17세기 스페인의 알마비바 백작의 집이다. 바람둥이 백작 알마비바와 로지나라는 소녀가 재치있는 이발사 피가로의 힘을 빌어 결혼을 한다는 내용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속편격인 이 ≪피가로의 결 혼≫은 백작의 시종이 된 피가로와 하녀 스잔나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탕한 백작이 스잔나에게 마음이 쏠리게 되고 첫날밤이라도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초야권'이 라는 옛날 관습을 부활시키고 이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일어난다. 스잔나를 유혹하려는 백작과, 백작 부인을 스잔나 대신에라도 유혹하려는 피가로를 보다 못한 백작 부인과 스잔나는 꾀를 내고 결국은 두 어리석은 남자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용서해준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오페라의 기분을 잘 표현해서 단독으로 연주를 자주 하는 서곡은 프레스토, 4/4 박자로 소나타 형식이다. 그 뒤에는 4개의 막으로 나뉘는데 배경은 주로 백작의 집이 된다.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생동감에 넘치고 매력적이다. 특히 스잔나는 서민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모차르트가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처녀 시절의 모습을 그리며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 모차르트와 콘스탄체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모차르트가 22세 때 사랑 에 빠졌던 일로지아라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녀의 동생인 콘스탄체가 상심한 모차르트를 위로해 준 계기로 둘은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누이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했고,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결혼한 커플 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다. 콘스탄체가 무능하고 사치스러운 주부여서 모차르트가 요절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명곡을 많이 쓴 것을 보아 그녀가 소크라테스의 악처처럼 모차르트의 창작의 원동 력이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모차르트의 4대 오페라는 모두 한결같이 음악이란 얼마나 강력하게 극적 형식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 피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극적인 형식이 얼마나 감동적인 표현 도구인가를 웅변해 주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드라마로서의 오페라'형식의 완성은 그가 우리에게 남겨 준 또 하나의 값진 유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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