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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교향곡 100선

교향곡 100선 [45]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by 세포네 2023. 8. 5.
 
         Symphony No.8 in G major, Op.88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
 


체코의 민족적, 정서적 배경이 적극 드러난 교향곡
아홉 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자크에게 있어서 특히 교향곡 8번이야말로 작곡가 자신의 민족적, 정서적 배경이 전면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영국 방문을 마치고 체코로 돌아온 그는, 프라하 서남쪽 고원지대에 위치한 비소카라는 작은 산간마을에 별장을 지었다. 여름이면 여기에 머물렀던 드보르자크는 이 고장의 자연에서 비롯한 보헤미안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곤 했는데, 바로 여기서 작곡한 교향곡 8번에는 비소카 마을에서 경험한 작곡가의 심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렇듯 보헤미안적인 풍경과 선율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창작해냈기에 드보르자크에게 있어서 주저함이란 없었다. 1889년 여름 독일과 러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작품 구상에 들어간 드보르자크는 불과 3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8일에 이 교향곡을 마무리 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교향곡은 친구들이나 브람스의 조언을 거의 받지 않고 작곡한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체코인으로서 자신의 유전자가 반응하여 울려낸 악상을 고스란히 오선지 위로 옮겨낸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0년 2월 프라하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아마도 특유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1890년 4월 런던에서 초연을 가진 뒤, 런던 타임스는 이 교향곡을 ‘전원 교향곡’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무렵 드보르자크는 작곡가로서 가장 원숙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한 만큼 드보르자크는 지금까지 내려왔던 교향곡 전통과는 조금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이 교향곡에 담아내고자 했다. 첫 악장에서 전개부와 재현부를 연결해 주는 형식이나 단조로 시작하는 슈베르트풍의 서주 등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특히 2악장에서의 브루크너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휴지부와 바이올린 파트의 리드미컬한 상승, 이와 대조적인 장송 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장중한 발전부와 금관이 주도하는 스케일 큰 클라이맥스의 긴장감 등은 드보르자크가 바그너적인 극적 전개와 브루크너적인 발전 양식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아홉 개의 교향곡들은 한동안 그 ‘번호’가 혼동되어 사용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드보르자크 생전에는 다섯 개의 교향곡만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현재 ‘교향곡 9번’이라 불리는 <신세계로부터>는 상당히 오랜 동안 ‘5번 교향곡’으로 불렸고, 그 순서에 따라 ‘교향곡 8번’은 ‘4번 교향곡’으로 호칭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앞선 네 개의 교향곡들이 모두 출판, 연주되고 있어 구 번호체계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1악장: Allegro con brio  
소나타 형식으로서 첼로와 호른에 의해 유도되는 비장한 첫 번째 주제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어 목관악기에 의해 비소카 마을 풍경을 연상케 하는 전원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며 축제 분위기의 주제가 펼쳐진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주제 역시 행복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악장: Adagio 
보헤미아 지방의 자연과 그 다채로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악장. 전원풍의 멜로디가 현악기에 의해 전개되고 이어 목관악기 군이 이를 받아 전개시킨다. 특히 새의 소리와 같은 미묘한 음색이 이 신비로운 자연을 묘사한 음악 사이에서 광채를 더한다. 드보르자크는 교향곡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우수와 동경을 담아내며 향수감을 자극하곤 하는데, 이 8번 교향곡의 아다지오 또한 전형적인 동시에 발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3악장: Allegretto grazioso - Molto vivace 
스케르초 악장으로서, 전통적인 스케르초라기보다는 왈츠 리듬이 물결치듯 넘실거리는 특이한 형태의 트리오라고 말할 수 있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첫 주제 선율과 중간에 이어서 등장하는 민요적 선율의 리듬이 교차로 엮어내는 우아하면서도 신선한 기운이 인상적이다.

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변주곡 형식으로서 힘찬 트럼펫이 먼저 등장하고 18마디 뒤에는 타악기가 짧은 마무리를 짓는다. 곧바로 시작되는 첫 번째 주제는 전형적인 보헤미아적인 주제로서 첼로에 의해 제시되고 이어 전체 오케스트라가 이를 모방한다. 다음 주제가 플루트에 의해 나타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반주가 뒤따른다. 이렇게 변주들이 진행된 다음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다시 트럼펫이 팡파르를 울린 뒤 모든 것이 빨라지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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