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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교향곡 100선

교향곡 100선 [37] 하이든 / 교향곡 92번 '옥스퍼드'

by 세포네 2023. 8. 1.

             
Symphony No.92 in G major 'Oxford'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
             Franz Joseph Haydn 1732∼1809
 
                



[교향곡 92번]은 ‘옥스퍼드’라는 부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하이든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이튿날인 1791년 7월 7일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 곡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하이든을 위해 7월 6일부터 3일간 음악회가 마련되었다. 그 중 공연 첫날인 6일에 하이든의 [교향곡 92번]이 연주될 예정이었으나 하이든이 예정보다 늦게 런던에 도착하는 바람에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 [교향곡 92번]의 연주는 그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공연일인 7일 아침, 하이든의 특별 요청으로 [교향곡 92번]의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이루어졌다. 당시 하이든의 리허설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있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짧은 아다지오 서주 부분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1악장의 서주는 3개의 뚜렷한 음으로 시작되는데, 오케스트라가 첫 음표 3개를 지나치게 강하게 연주하자 하이든은 ‘쉬! 쉬!’라고 말하며 끼어들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멈추고 잘로몬이 하이든을 위해 통역을 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다시 서주의 첫 3음을 연주했으나 하이든은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쉬! 쉬!’라 외쳤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때 오케스트라 단원 중 독일인 첼리스트가 옆 사람한테 독일말로 ‘그는 첫 3음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데 나머지는 어떻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이든은 익숙한 독일어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는 그가 영어로 그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바이올린을 집어 들어 첫 3음을 연주해 보였다. 그러자 오케스트라는 하이든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리허설에서 3개의 음표를 지나치게 강하게 연주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게 조용한 도입부는 거대한 교향곡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약하고 이상해 보인다. ‘옥스퍼드’ 교향곡은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규모가 큰 교향곡에 속하지만 1악장을 여는 첫 마디는 단지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연주하는 연약한 3개의 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독특한 도입부를 그 다음 마디를 향해 가는 예비 박의 느낌으로 본다면 하이든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달래듯 편안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의 편안한 분위기는 서주의 13마디동안 계속되는 현악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더욱 강조된다. 14마디 째 관악기가 합류하며 불협화음이 되면서 심각한 느낌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어느새 알레그로 스피리토소(Allegro spiritoso, 빠르고 활기차게)로 템포가 빨라지면서 생기발랄한 제1주제로 이어진다. 첫 부분부터 악기의 색채감이 음악의 성격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이는 하이든이 그의 후기 교향곡에서 얼마나 세련된 작곡기법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된다.
1악장 Adagio-allegro spiritoso
 
21마디 째 알레그로 스피리토소로 템포가 바뀌어 본격적으로 주요부로 진입하며 ‘제시부-전개부-재현부-종결부’라는 ‘소나타형식’의 도식으로 따라 진행되지만 그 방식은 독창적이다. 1악장에서 주요 악상을 제시하는 제시부는 62마디이고 그 악상을 발전시키는 전개부가 42마디인데 비해, 처음의 악상을 회상하고 정리하는 재현부가 무려 76마디로 매우 길며, 음악을 마무리하는 종결부도 32마디로 꾀 긴 편이다. 하이든은 재현부와 종결부에 무게 중심을 둔 특수 구조를 통해 1악장 후반부에 새롭고 놀라운 악상을 선보이며 듣는 이에게 참신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2악장 Adagio
아다지오(Adagio, 느리게)는 매우 서정적일뿐 아니라 세심하게 사용된 불협화음으로 인해 듣는 이에게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명곡이다. 제1바이올린과 중복되는 플루트 솔로와 오보에 솔로의 아름다움은 매우 돋보이며 이 곡에 낭만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3악장 Menuet & trio, allegretto
미뉴에트는 매우 힘차면서도 재미난 음악이다. 중간 부분에 현악의 피치카토에 맞추어 등장하는 호른의 리드미컬한 연주와 그 뒤를 잇는 현악의 우아한 선율이 대비를 이루고 있어 흥미롭다.

4악장 Presto
프레스토(매우 빠르게)는 하이든 특유의 톡톡 튀는 주제로 시작하지만 하이든의 이전 교향곡의 그 어떤 피날레보다 특별하다. 바이올린의 주제 제시에 이어 플루트와 호른, 제2바이올린 등 여러 가지 악기들이 주선율과 대선율 등을 연주하며 다양한 색채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19세기 작곡가들이 사용한 악기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악기만으로도 이토록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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