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유흥식 추기경 서임] 빨간 비레타 쓴 유흥식 추기경, 보편 교회 위한 충성 서약

by 세포네 2022. 9. 4.
728x90
▲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 서임식에서 유흥식 추기경에게 주케토와 비레타, 임명장을 수여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순례단이 8월 26일 유흥식 추기경 집무실을 찾아 유 추기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새 추기경 20명이 탄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27일 오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을 보필하는 최고위 성직자인 새 추기경 20명을 공식 서임했다. 약 60분 동안 이어진 역사적이고도 거룩한 서임 예식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전 세계에 추기경 탄생을 엄숙히 알렸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동료 19명의 새 추기경은 복음을 담대히 증거하고, 하느님 백성의 평화와 교회의 자유와 복음 전파를 위해 피를 흘리기까지 용감하게 행동할 것을 서약했다. 서임 예식이 끝나자, 태극기를 포함해 새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의 국기들이 신자석에서 연신 나부꼈다.

여름 끝자락에 열린 추기경 서임식

8월 로마 한여름의 끝자락. 30℃를 훌쩍 넘던 무더위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할 무렵에 보편 교회는 새로운 추기경단을 탄생시켰다. 통상 연말·연초에 치러져 온 추기경 서임식이 8월에 열린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각국에서 온 신자들은 뙤약볕이 따가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서임식 3~4시간 전부터 줄을 지어 대성전에 입장하면서도 거룩한 예식에 참여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8월 27일 오후 4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 추기경단이 자리한 가운데, 새 추기경 들이 제단을 향해 반원형으로 둥글게 섰다. 예식에 앞서 신자들이 함께 바친 묵주기도가 추기경 서임의 기쁨과 함께 주님께 봉헌됐다.

이날 예식은 복음 선포와 교황 훈화에 이어, 새 추기경단의 신앙고백과 충성서약으로 진행됐다. 미사가 아닌 간소한 예식이지만, 교회의 왕자요, 홍의 주교로 불리는 가톨릭교회 최고위 성직자들을 서임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추기경들은 교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광과 사도좌의 영예를 위해, 추기경 품위의 표상인 빨간색 사제 각모를 받으십시오. 이 모자는 여러분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증진과 하느님 백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그리고 거룩한 로마 교회의 자유와 전파를 위하여, 피를 흘리기까지 용감하게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상징합니다.”

추기경들은 교황에게 직접 빨간색 추기경 주케토와 비레타(아래는 사각형 위는 삼각형으로 된 모자)의 의미를 새겨들으며, 사도좌와 일치할 것을 다시금 다짐했다. 이어 추기경 반지와 서임 칙서를 받으면서 예식은 절정을 이뤘다.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청 경신성사부 장관 아서 로시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다. 유 추기경이 교황에게 모자와 반지를 받은 후 평화의 인사를 나누자마자 교황이 크게 반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 후 기자들에게 “교황님께 ‘교회와 교황님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고, 교황님께서는 웃음을 지으며 ‘좋다, 함께 나아가자’고 화답해주셨다”고 당시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후 8번째로 거행된 이번 추기경 서임식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이른바 변방 지역의 성직자들이 유례없이 많고, 선교ㆍ수도회 출신도 6명이나 됐다. 유 추기경을 포함해 아시아 교회 출신 추기경이 5명에 이르며,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신자 1400여 명에 현지인 사제가 2명에 불과한 몽골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48) 추기경은 전체 226명 추기경단에서도 최연소다. 인도에서 추기경 2명이 탄생했고, 싱가포르와 동티모르, 몽골은 역대 첫 추기경이 서임됐다.

주로 서구 교회에서 추기경단이 배출돼온 것과 사뭇 달리, 교황의 시선이 오랜 전통과 체계를 뛰어넘어 변방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교황이 지난 6월 발표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가 밝힌 교황청 구조 개혁과 더불어 더 넓은 곳으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세계로 더욱 뻗어 가는 교회를 구축하려는 교황의 의지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선포 후 훈시를 통해 추기경들에게 ‘성령의 불’, ‘열정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교황은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사도적 용기와 당신의 열정을 내려주신다”며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님을 닮을 것을 당부했다. 또 “이 불은 사도 바오로의 지칠 줄 모르는 복음 선포의 달음질에서 보인 그의 선교적 열망을 재촉한 바로 그 불길과도 같다”며 “예수님은 오늘도 추기경 여러분을 바라보시며 ‘내가 너희에게 의지해도 되겠느냐’ 하시며 새롭게 불을 지피신다”고 전했다.

축하객들과 반가운 인사

“라자로 추기경님, 축하드립니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 후 교황청 사도궁에서 축하객들과 공식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추기경에 서임된 뒤 갖는 첫 접견자리다. 유 추기경은 특유의 환한 미소로 자신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러 온 동료 추기경과 주교, 한국의 신자들을 진심으로 환대했다. 교황청 성직자부에서 함께 일하는 사제들과는 유쾌함 속에 기념 촬영을 하며 끈끈한 분위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제히 한복을 입고 유 추기경을 찾아온 대전교구 신자들은 반가운 마음에 추기경에게 와락 안기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에게 “대전교구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날 서임식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 등 한국 주교단이 참석했다. 아울러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가 꾸린 순례단 20여 명과 대전교구 70여 명의 신자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 축하 사절단 등 1만여 명이 넘는 이들이 자리를 빼곡히 차지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국민의힘 이명수(그레고리오)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여야 국회 대표단도 유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했다. 국회는 이번 서임식을 기념해 전통 한지를 사용해 만든 유 추기경 형상의 닥종이 인형을 축하 선물로 전달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