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목만 8000만개… ‘자연의 대성당’으로 불려
식물·동물·곤충·광물·고생물학으로 자료 분류
역사적 과학적 가치 높아 연구차원에서도 으뜸
빅토리안 양식으로 지은 외형이 아름다움 더해
영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사람들은 그곳을 즐겨 찾으며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고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 미술관과 박물관 같은 문화기관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즐겨 배우는 평생학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런던에는 문화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문화 기관이 산재해 있다. 내셔널 갤러리나 대영박물관은 영국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지역에도 여러 문화 공간이 밀집해 있다. ‘과학박물관’(The Science Museum),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도 이곳에 있다.
세계 각국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지만 런던에 있는 이 박물관의 전시품이나 규모는 다른 곳과 비교해 매우 뛰어나다.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은 개인이나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기부금 코너를 마련해 방문객들이 박물관 발전에 적극 참여하도록 이끈다.
두 개의 뾰족탑을 가진 박물관은 외부가 아름답게 꾸며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건물은 영국의 건축가 알프레드 워터하우스(Alfred Waterhouse, 1830-1905)가 전성기 빅토리안 양식으로 벽돌과 철, 테라코타를 활용해 1881년에 건립했다. 초기에는 지질박물관이었지만 후에 수집 품목을 확대하면서 자연사 박물관으로 변모됐다.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표본이 전시돼 있는데 박물관 측 설명에 따르면 표본을 포함한 소장품목이 8000만 개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기 위해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늘날 이 박물관은 영광스럽게도 ‘자연의 대성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의 입구는 두 개의 탑 사이에 있는데, 건물도 대성당과 같은 느낌을 준다. 소장품이 증가하면서 이 박물관은 1963년에 대영박물관으로부터 법적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1992년까지는 대영박물관으로 불리다가, 이후 지금처럼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게 됐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생물학자인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09-1882)의 수집품도 있어서 주목을 받는다. 2002년에는 박물관 곁에 다윈 센터가 세워져 학자들의 자연사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의 소장품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식물학, 곤충학, 광물학, 고생물학 그리고 동물학으로 구분돼 있다. 이곳에 전시, 소장된 것은 모두 역사적이며 과학적인 가치가 크다. 그래서 학자들은 박물관의 전시 공간과 수장고,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자연사와 관련된 다양한 학문을 연구할 수 있다.
박물관의 입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거대한 공룡의 전신 화석이다. 쥐라기 시대에 살다가 멸종한 디플로도쿠스(Diplodocus)공룡이다. 엄청난 크기의 이 공룡 화석은 사람들 사이에서 포효하며 금방이라도 일어 설 것처럼 보인다. 입구를 조금 지나면 여러 종류의 디노사우르(dinosaur) 즉 공룡 화석을 다시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실제 공룡을 볼 순 없지만 화석을 통해서 하늘을 날던 익룡이나 다른 공룡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수 만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크고 작은 생명체의 강인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룡처럼 강인한 것도 지구의 기후나 생태계 변화로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박물관의 가운데 넓은 홀에는 고래와 같은 거대한 포유류 동물의 뼈대와 모형이 한 방 가득히 전시돼 있다. 고래처럼 큰 동물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지를 절감하게 된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하느님의 작품인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소중한 자연과 다양한 생명체를 모두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현재의 생물 뿐 아니라 이미 오래 전 기후나 생태계의 변화 때문에 사라진 생물들 또한 화석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세상에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사 박물관은 다른 문화 기관처럼 삶의 폭을 넓게 만들어 준다. 현재의 자리에서 과거 자연의 역사를 뒤돌아보며 다가올 세상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 주며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과 연결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과 맞닿아 있다. 자연의 대성당이라는 이 박물관에서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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