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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6) 주님 승천 <중> 비잔틴

by 세포네 2018. 8. 5.

승천하신 주님은 구원 완성과 종말의 재림 의미

 

 

 

▲ 테살로니키 성 소피아 성당 ‘주님 승천’.


그리스도교는 313년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습니다. 이후 지상에 하느님의 집을 짓고 그 집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작은 우주’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당 안에 구세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자비의 사건들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한마디로 교회의 전례력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지요. 성당을 찾는 이들이 이 성미술들을 보고 회개하고,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에 감사하며, 그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비잔틴 교회에서는 900년쯤부터 이러한 성미술이 성당 내부에 어떻게 자리해야 하는지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성당의 중심 천장에는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전능하신 영광의 그리스도가 자리해야 합니다. 제단 뒷벽 천장에는 이 세상을 위해 기도하시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나 아기 예수를 안고 옥좌에 앉아 계시는 성모자상이 있어야 합니다. 성모님이나 성모자상이 배치된 같은 높이의 양측 벽면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두 사건으로 장식해야 합니다. 열두 사건은 주님 탄생 예고, 탄생, 공현, 봉헌, 세례, 거룩한 변모, 라자로를 살리심, 예루살렘 입성, 수난, 부활, 승천, 성령 강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비잔틴 성당에서 ‘주님 승천’ 도상(圖像)은 성당 동쪽 아치나 천장에 즐겨 그려졌습니다. 사도행전에 주님 승천 장소가 예루살렘 동쪽 올리브 산이라고 기록돼 있기 때문입니다.(사도 1,12) 아울러 주님 승천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구원 사명을 완성하셨다는 것과 주님께서 종말에 다시 오실 것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 지성소 위쪽 천장에도 그려졌습니다.

테살로니키 성 소피아 성당 ‘주님 승천’

그리스 테살로니키 성 소피아 성당의 ‘주님 승천’ 모자이크는 885~88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돔 중심에는 황금색 옷을 입은 그리스도 왕께서 권위 있는 모습으로 무지개 위에 앉아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왼손에 생명의 책인 두루마리를 들고, 오른손으로 축복하고 계십니다.

승천하신 주님의 몸에선 빛이 나고 있습니다. 주님의 신성이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지상에서도 이러한 주님의 몸을 목격한 이들이 있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입니다. 이 세 사도는 타보르 산에서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목격한 다음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고 고백했습니다.(마태 17,1-2)

주님을 둘러싸고 있는 원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그 아래 흰옷을 입은 두 천사가 그리스도 왕을 받들고 있습니다. 주님의 천사에 관해선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에 잘 묘사돼 있습니다.(마르 16,5; 마태 28,3) 천사들은 젊고 번개처럼 빛나며 눈처럼 하얀 흰옷을 입고 있습니다. 비잔틴 미술에서 천사들은 모두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이 띠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테살로니키의 성 시메온은 설명합니다. 영의 순수함과 완전한 순결, 하느님의 거룩하심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승천하신 주님 아래에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기도하는 성모님의 모습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모님 자신과 교회를 나타냅니다. 승천하신 주님과 성모 마리아를 잇는 수직선과 돔을 양분하는 수평선을 이으면 완벽한 십자가 모양을 이룹니다.

성모님 주변에는 열두 사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마다 올리브 나무가 서 있고 발아래에는 바위들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승천하신 올리브 산을 묘사한 것입니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주님 승천’

이탈리아 베네치아 총대주교좌 성당인 산 마르코 대성당의 가운데 돔인 ‘주님 승천’ 돔은 13세기에 제작됐습니다. 승천하신 주님은 만물의 주관자이시며 최후의 심판자로 오실 ‘판토크라토르’ 그리스도 왕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붉은 속옷에 황금색 겉옷은 주님의 신성과 권위를 드러냅니다. 주위로 날개를 활짝 편 네 천사가 주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주님 아래에는 어김없이 성모 마리아께서 계십니다. 주님 승천과 성령 강림 도상에 등장하는 성모님의 모습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거나 손바닥이 보이도록 앞으로 내미는 기도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유다인의 기도 자세를 하고 있는 이러한 모습을 ‘오란테’라 부릅니다. 성모님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도상이지요. 동방 교회에서는 이러한 성모님의 모습을 ‘플라티테라(Πλατυτερα)’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늘보다 더 넓으신 성모’라는 뜻입니다.

성모님 좌우로 두 천사와 열두 사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순교자들과 성인들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성모님 양편에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가 서 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위치에서 오른편에 자리한 베드로 사도는 황금색 옷을 입고 유일하게 목장을 쥐고 있습니다. 사도단의 으뜸으로 수위권을 드러냅니다.

성모님 왼편의 바오로 사도는 서간을 들고 있습니다. 비잔틴 미술에는 열두 사도를 표현할 때 바오로 사도가 자주 등장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비록 다른 사도들과 달리 예수님의 공생활을 함께하지 않았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했고 주님으로부터 ‘이방인의 사도’로 뽑혔기 때문에 사도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님 승천’ 도상은 구원의 완성과 종말의 재림을 드러내는 이중적 의미를 드러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주님 승천에 관해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나라에 들어가셔서, 당신 몸의 지체인 우리가 언젠가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신다.”(66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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