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자체는 부활 교리 어긋나지 않아, 봉안 기간 끝난 유골도 영구 봉안해야
▲ 교회는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장려한다. 사진은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서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
산골(散骨).
시신을 화장한 후 그 유골을 허공이나 땅, 바다 등에 뿌리는 행위를 말한다. 주교회의는 최근 상임위원회의를 거쳐 산골에 관한 교회 공식 가르침을 담은 「산골(散骨)에 관한 질의응답」 리플릿을 펴냈다.
리플릿은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2016년에 발표한 죽은 이의 매장과 화장된 유골의 보존에 관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에 관한 한국 교회 지침 등을 토대로 제작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교회는 산골을 허용하지 않는다. 장례와 산골에 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돕고자 「산골(散骨)에 관한 질의응답」을 정리, 소개한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
▶그리스도교의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하나.
교회는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장려한다. 그러나 육신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 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화장도 허락한다. 왜냐하면 화장이 그의 영혼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하느님께서 죽은 이의 육신을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리시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장 자체는 영혼의 불멸과 육신의 부활에 관한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매장 장소로는 죽은 이의 육신을 소중히 다룰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 특히 교회나 묘지에 모실 것을 장려하고 있다. 매장은 물론 화장의 경우에도 죽은 이가 마지막에 머무르는 장소에 비석이나 이름표를 비치해 죽은 이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죽은 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은 죽은 이나 산 이나 세례받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이다.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할 수 있나.
교회는 유골을 허공이나 땅이나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교회는 “화장을 선택한 경우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은 묘지, 또는 교회가 지정한 장소에 보존해야 한다”면서 화장한 뒤에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죽은 이가 생전에 교회의 뜻에 반해 ‘산골’하도록 유언을 했다면 교회법에 따라 장례 미사가 거부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세상을 떠난 이의 유골을 거룩한 장소에 보존하는 일은 유가족이나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추모, 그리고 유골에 대한 존중과 부적절하거나 미신적인 관습의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떠난 신자를 화장한 뒤 유골을 뿌리거나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는 행위, 유가족이 유골을 나눠 가지는 행위를 금지한다.
▶교회가 산골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죽음으로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지만 부활 때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며, 이 육신은 우리의 영혼과 다시 결합해 변모될 것이라는 믿음이 부활 신앙이다. 따라서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산골을 금지한다.
그리스도교 장례는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을 확인시키고,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인 인간 육신의 존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교회는 “죽음에 관한 잘못된 생각, 곧 죽음을 인간의 완전한 소멸, 자연이나 우주와 융합되는 순간, 윤회의 한 단계, 육체의 감옥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으로 여기는 그릇된 사상들과 관련된 태도를 용납하거나 그러한 예식을 허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어떤 위생적ㆍ사회적ㆍ경제적 이유로도 ‘산골’하거나 ‘유골을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려는 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교회는 모든 형태의 범신론이나 자연주의나 허무주의의 모습을 피하고자 한다.
산골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적 통념에 따라 이미 산골을 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행한 산골은 무지와 착오에 따른 것일 뿐, 자신의 양심을 거슬러 자유 의지로 행한 잘못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그런 사람들이 산골을 후회하며 고인을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기일에 고인을 위한 지향으로 위령 미사(연미사)를 봉헌하고 위령기도(연도)를 드리면 된다.
▶하느님은 세상 어디에나 계시는 분인데, 유골을 세상에 뿌리는 것은 죽은 이를 하느님 품에 다시 맡겨 드리는 행위가 아닌가.
하느님은 세상 어디에나 계시지만 세상을 초월해 계신 분이다. 죽은 이를 세상과 일치시키려는 범신론적 사고에 입각한 산골은 하느님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분께서 세상을 초월해 계신다는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은 세상에 살면서도 그 세상을 넘어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하늘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믿고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죽은 이의 유골을 성스럽게 또 소중하게 보관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기다리고 기도하는 일은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 합당한 것이다.
그러나 유골을 소중히 모시지 않고 공중이나 산, 강, 바다 등에 뿌림으로써 다시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산골 행위는 하느님을 세상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여지가 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멋있게 유골을 뿌리는 산골 행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범신론적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므로 허용될 수 없다.
▶자연을 섭리하는 분이 하느님이시라면 자연에서 나온 사람을 다시 자연에 맡기는 산골 행위는 괜찮은 것 아닌가.
유골을 소중하게 모시지 않고 뿌려 버리는 산골 행위는 자연을 초월해 계시는 하느님을 자연 안에만 얽매여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산골은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자연을 섭리하시는 분이다. 그러나 자연과 물질 자체가 하느님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자연과 물질은 하느님에게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은 자연과 물질을 움직이시되 그 자연과 물질을 초월해 계시는 분이다. 산골은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부활 신앙도 부정하는 자연주의 사상으로 오해될 수 있으므로 허용하지 않는다.
▲ 교회는 화장한 유골을 함에 담아 묘지에 마련된 수목, 화초, 잔디 등에 묻고 고인의 이름을 적은 표식을 세우는 수목장<사진>을 허용한다. 그러나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것은 산골로 여겨 허용하지 않는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허무한 것이다. 이 세상이 아닌 저세상에 희망을 두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죽은 이의 유골을 세상에 남겨 두지 않고 흩뿌리는 산골이 왜 잘못됐나.
사랑하는 이의 유골을 흩어 버리는 행위는 세상을 조금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세계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산골은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보관하지 않고 버린다는 허무주의적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하느님 나라가 이미 우리 가운데 있고 이 세상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의 삶을 통해 저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에 이르게 됨을 고백한다. 세상은 허무하기만 한 덧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게 하는 소중한 과정이고 일부이기에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뿌리는 산골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연장, 특히 수목장(樹木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수목장은 해도 되는가.
자연장(수목장 포함)은 화장한 유골을 함에 담아 거룩한 장소인 묘지 공간에 마련된 수목, 화초, 잔디 등에 묻고 추모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고인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나 표식을 세우는 것이다. 부활 신앙에 반대하는 이유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허용된다. 그러나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산골로 여겨 허용하지 않는다.
수목장은 사람이 죽은 뒤 화장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밑이나 뿌리 주위에 묻는 것이기에 매장의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수목장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식의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목장은 묘지 안에서 매장이 이뤄지고, 나무에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을 분명히 표시해 추모의 상징적 장소로 규정된다면, 그리고 육신의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 교리가 분명히 고백된다면 그 자체가 교리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매장이 아닌 산골 형태로 이뤄지는 수목장은 그리스도교 장례 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유골의 봉안 기간이 지났다면 그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산골을 해도 되지 않나.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산골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적당한 안치소에 이름을 표기하고 매장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성스럽고 소중하게 보관돼야 한다.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은 정부가 정한 봉안당 관련 법률을 따르되, 공원묘지 등에 별도의 ‘공동 안치소’를 마련해 매장 형태로 영구 봉안해야 한다. 이때 이름을 표기해 죽은 이를 추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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