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를 부르심>, 프레스코화, 주님 공현 성당, 야로슬라블, 러시아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예리코를 지나가고 계셨다. 일찍이 예리코는 풍요롭고 지형학적으로 요르단을 따라 북에서 예루살렘으로 내려오는 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상업과 정치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조세를 거두어들이는 세리들의 우두머리인 세관장은 자캐오였다.
로마 정부의 조세제도는 특수한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 정부는 일정액의 돈을 정부에 넘겨주기로 약속한 계약 대리인을 각 지역에 임명했다. 보통 비유다인들이었던 고위 대리인은 여러 세관장에게 하청하여 세금징수 업무를 주었다. 이 세관장들 역시 여러 세관에 배치할 지역 사람들을 대리인으로 고용했다. 세관장들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받아내는 수많은 일반 세리들에게 하청을 주었다. 이렇다 보니 세리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돈을 사람들에게서 받아내어 해당 세관장들에게 계약한 금액만 넘겨주고 나머지는 착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관장인 자캐오는 부자였다. 세리들에게 ‘죄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자캐오도 당시 관료들이 종종 그러했듯이 부패한 관리였을지도 모른다. 자캐오라는 뜻은 ‘순수한 이’, ‘의로운 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캐오의 실제 삶은 이름과 전혀 달랐다.
자캐오는 돌무화과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 올라가 앉아 있다. 그는 예수님에 관한 여러 소문을 듣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어떤 사람인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고 싶어 했다. 많은 군중과 제자들 사이에 키가 작은 자캐오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예수님께 끌리어, 길을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보려고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다. 나무 위에 앉은 자캐오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도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볼 때 키가 작음을 알 수 있다. 양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몸을 숨기고 있는 자캐오이다. 이러한 자캐오의 호기심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자캐오를 아신 예수님께서 그 나무 앞에 멈추셨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자캐오를 잘 알고 계시는 듯한 모습이다. 예수님께서 나무 위를 쳐다보시며, 오른손으로 자캐오에게 얼른 내려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자캐오의 집에 초대하라고 하신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자들과 군중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예수님 뒤의 제자와 군중들 가운데 더러는, 죄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죄인의 집에 머물겠다는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며 불만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자캐오는 돌무화과나무에서 내려와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후, 자신의 재산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한다. 진정 자캐오는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로써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돌무화과나무의 열매를 수확하러 오신 것이다. 돌무화과나무 잎 속에 함께 매달려 있던 자캐오가 바로 그 열매인 것이다.
“주님, 저의 구원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소서.”(시편 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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