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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하느님께 대한 찬양과 감사

by 세포네 2016. 10. 9.

<나병 환자 열 사람의 치유>(일부), 1035-1040년경, 에히터나흐의 코덱스 아우레우스 필사본, 게르만 국립박물관, 뉘른베르크, 독일



고대나 중세의 문서류는 돌이나 점토판 혹은 금속판에 새겨진 것, 나무 조각이나 대나무 조각에 필사된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에 서사(書寫)한 사본의 형식으로 전승되었다. 특히 중세에 손으로 글을 써서 만든 서적인 필사본(筆寫本)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과 삽화가 동반된 종교적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11세기 룩셈부르크 동부에 있는 도시 에히터나흐에 위치한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제작한 필사본 세밀화는 매우 유명했다. 그 가운데 에히터나흐의 하인리히 3세의 복음서는 예수님의 일생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한 페이지에 세 단으로 나누어서, 맨 윗단 왼쪽에는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는 장면이, 오른쪽에는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리는 장면이 나타난다. 중간에는 안식일에 수종을 앓는 사람을 고치는 모습과 예수님께서 배에서 잠든 사이, 돌풍이 호수로 내리 몰아치면서 물이 들어와 제자들이 위태로울 때 돌풍을 가라앉히시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맨 아랫단에는 나병환자 열 명을 치유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모세 율법의 규정에서 보듯이, 나병환자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마을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 유다 율법은 나병을 아주 엄격하게 경계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병환자로 밝혀지면 사제들은 병이 나을 때까지 그 사람을 공동체에서 격리시켰다. 당시 나병환자들은 온갖 저주와 절망으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 이들은 모든 사람이 피하는 대상이었기에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사막과 같은 곳으로 떠나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병환자 열 사람이 멀찍이 서서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그림 왼쪽에 나병환자 열 사람이 손을 들어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정말 절박하게 간청하고 있다. 열 명 가운데 사마리아인도 있다. 유다인과 사마리아인들은 결코 섞여 살지 않았지만, 이들의 불행은 두 집단을 함께 살도록 했다. 나병환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강조한 듯 그들은 피부에 부스럼으로 가득하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다. 그들 앞에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을 들어 아무런 조건 없이 자비를 베푸시어 치유의 은총을 주고 있다. 이들 열 사람 모두는 길을 가던 도중에 나병이 치유된다.

 그림의 오른쪽 맨 끝에 나병에서 치유된 사람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옷을 제대로 차려입었으며 피부도 깨끗하다. 그런데 그들 바로 뒤에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린 한 사람이 보인다. 그의 구부린 등 위, 녹색 배경 위에 흰색으로 사마리아인이라고 적혀 있다. 외국인인 사마리아 사람만이 길을 가던 중, 나병환자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예수님께 다시 돌아와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리고 있다. 홀로 돌아와 예수님께 감사하고 하느님을 찬양한 사마리아인에게 예수님은 손을 들어 구원의 축복을 내리신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사마리아인의 나병을 깨끗하게 치유해 주었고, 하느님에 대한 찬양과 감사는 그의 죄를 씻어주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했다. 


“그분을 찬송하고 그분께 감사하여라.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다니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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