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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은전 한 닢을 찾은 기쁨

by 세포네 2016. 10. 9.


도메니코 페티,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의 비유>, 1618-22, 패널에 유채, 55x44cm, 드레스덴 국립미술관, 독일


한 여인이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열심히 찾고 있다. 은전 한 닢은 한 데나리온의 가치가 있는 돈이다. 예수님 시대에는 보통 일꾼의 하루 품삯에 해당한다. 잃어버린 은전은 비통해할 정도로 물질적인 가치가 크지 않지만 여인은 주의 깊게 찾고 있다.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ti, 1589년경-1623)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작은 그림 속에서 탁월한 색채 감각과 분위기로 섬세하면서도 정제된 묘사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페티가 당시 로마에서 활동하던 카라바조와 아담 엘스하이머의 명암법과 섬세한 빛의 효과를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페티는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이탈리아 북쪽 도시인 만토바에서 페르디난도 곤차가 가문의 궁정화가로 일했고, 베네치아로 이주한 후,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빛, 독특하고 화려한 색상을 중심으로 하는 베네치아 화가들의 회화 전통을 따랐다. 또한 그는 초상화가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특히 종교적 주제가 녹아 있는 소형 풍속화를 주로 그렸다.

 작품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의 비유>도 추기경 페르디난도 곤차가의 요청으로 그의 생애 말년에 제작된 것이다. 이때 페티는 기념비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작은 그림을 그렸다. 방 안에는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혼자 찾고 있는 여인이 있다. 부서진 벽에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들로 방 안은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손에 등불을 든 채, 허리를 깊게 굽히고 은전을 찾고 있다. 왼쪽 아래 쓰러진 의자 위에 은전 아홉 개가 놓여 있다. 화가는 루카 복음에 나오는 열 닢의 은전 가운데 한 닢을 잃었다는 기록을 성실히 따르고 있다. 잃어버린 한 닢은 그녀의 바로 앞바닥에 떨어져 있다. 여자는 금이 간 바닥 사이에 끼어 있는 은전 한 닢을 발견한다. 여자의 시선과 동작은 잃어버린 은전을 발견한 후, 허리를 숙여 주우려는 것이다. 아래에서 등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면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하는 여자의 강한 욕구와 의지가 있었기에 발견의 기쁨도 그만큼 컸을 것이다.            

 사실,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물질적 가치로 계산해 본다면 그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렸던 은전 한 닢을 찾은 여자는 기쁨으로 묘사되고 있다. 은전의 물질적인 가치도 있지만, 감정적인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은전 열 개 중 한 개를 잃어버렸다가 도로 발견했으니 여자는 기쁨이 가득했을 것이다. 아홉 개에서 열 개로 은전의 조화롭고 완전한 통일성을 찾은 그녀는 가까운 친구들과 잔치를 벌일 것이다.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은 회개한 죄인을 가리킨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바라시며 자비를 베푸신다. 여자가 잃었던 은전 한 닢을 찾은 기쁨으로 잔치를 벌인 것처럼, 하느님도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그 기쁨으로 은총의 잔치를 벌이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 주님의 은총이 넘쳐흘렀습니다.”
(1티모 1,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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