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와 곱트교회(이집트 교회)의 수도원장 성 메나(Menas 혹은 Menna, 285-309)는 나란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에 성경책을 안고 계신 분이 그리스도로 머리 오른쪽에 ‘구세주’란 뜻의 ΥΩΤΗΡ’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구세주 그리스도의 커다란 후광에는 성 메나에게는 없는 십자가 모양이 묘사되어 있고, 의상은 짙은 회색 튜닉에 같은 색이지만 조금 밝은 색 망토로 전통적인 이집트의 곱트 이콘 양식을 따르고 있다. 그 리스도의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에워싼 둥근 얼굴이나 목을 모두 가린 둥근 턱수염 역시 곱트 미술에서 나타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왼팔은 생명의 말씀인 성경을 가슴에 꼭 안고 계신다. 오른팔은 성인의 어깨 위에 친구처럼 친근하게 올려놓고 계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사랑하시고 한량없이 사랑하시는 친구이며 제자와 같은 이에게 가까이 오도록 이끌고 계신다.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큰 눈은 크고 살아 있으며 영적 생동감으로 충만하여 정면을 바라보시며, 우리 또한 당신에게 초대하시는 눈빛이다.
성 메나는 말재주와 경험이 부족함을 주님께 고백하고, 길을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정하게 어깨를 마주하시는 소중한 친구로서 늘 함께 계심을 체험한다. 성 메나는 예수님과 나란히 서 있다. 고행의 수도자로 맨발인 성인의 의상은 그리스도와는 대조적으로 밝은색을 띠고 있다. 아래로 조금 내린 왼손에는 두루마리를 꽉 쥐고 있는데, 성인이 우리에게 글로써 큰 가르침을 남겨놓으셨기 때문이다. 이콘에서 성인들의 손에 말려져 있거나 펼쳐져 있는 두루마리에는 그분들의 금언이나 가르침의 한 부분이 기록되어 있다. 오른손은 축복의 동작을 취하고 있다. 빛나는 영광을 의미하는 금장식의 커다란 후광은 그의 성스러움을 드러내며, 후광 왼쪽에는 AΠA MHGNA ΠPOEICTOC(수도원장 메나) 글자가 새겨져 있다. AΠA와 ΠPOEICTOC는 곱트어로, 수도원장과 ‘아버지’란 뜻으로, 이집트와 동방에서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수도자들을 가리키던 이름으로 제일 연장자나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성 메나의 눈은 약간 찡그린듯하다. 왼쪽 눈은 앞을 바라보고, 오른쪽 눈은 예수님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정스럽게 옆에 서 계신 그리스도를 따르면서 앞으로 걸어가려는 모습이다. 예수님처럼 큰 눈은 진정한 아름다우신 하느님과 참된 친교를 나누고자 영적 충만함으로 가득해 보인다.
비잔틴 이콘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6~7세기경부터 성인들의 이콘이 등장하였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지역의 사막 수도원의 영향을 받아 성인들의 표정은 금욕주의적이며, 저 너머의 세계를 응시하고 있는 시선은 현실을 초월하고 있는 듯한 고행자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이들 성인 이콘은 단순화된 인물의 형태와 굵은 윤곽선 속에 내적인 정신적 요소를 담고 있다. 성 메나의 귀는 눈만큼이나 크게 묘사하고 있다. 귀가 크게 그려지는 것은 주님의 계명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팔에 들고 있는 구원의 역사가 담긴 생명의 말씀을 ‘더 잘 듣기 위해서’이다. 그리스도는 성 메나와 나누고 계신 우정의 자리에 우리도 초대하고 계신다. 우리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려놓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려보자. 우리를 사랑하시는 손, 격려하시는 손, 우리의 깊은 마음까지 어루만져주시는 손의 사랑을 느껴보자.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요한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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