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성탄 성가는 아마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일 것이다. 이 성가는 196년 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번도르프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탄생했다.
오번도르프는 잘자흐 강을 끼고 독일 남동부 라우펜 마을과 마주하는 국경 마을로,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그리 멀지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잘자흐 강은 우기 때 자주 범람해 주변 마을과 도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초연된 오번도르프 성 니콜라우스 성당도 1899년 홍수로 지반이 내려앉아 결국 철거되고 지금은 그 자리에 1924년에 지은 작은 경당<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팔각 모양의 오번도르프 경당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시와 선율처럼 평화롭다. 순례자들이 각 나라말로 부르는 아름다운 성가만이 정적을 깨울 뿐 경당은 늘 고요와 거룩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경당 제단에는 아기 예수 탄생 부조가 장식돼 있고 양옆 창에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작시자 요제프 모어 신부와 작곡가 프란츠 사버 그루버 선생의 인물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원본 복사본이 전시돼 있다.
오번도르프 경당이 있던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처음으로 울려 퍼지던 날은 1818년 12월 24일 예수 성탄 대축일 자정 미사 때였다. 자정 미사를 몇 시간 앞두고 보좌였던 모어 신부가 이웃 마을 아른스도르프에 있는 친구 그루버를 찾아가 자신이 쓴 시에 곡을 붙여달라고 급히 청했다. 초등학교 음악교사로 성가대 지휘자며 오르간 반주자였던 그루버는 성 니콜라우스 성당 오르간이 얼마 전 홍수 때 물에 잠겨 못 쓰는 것을 알고 기타곡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즉석에서 작곡했다. 드디어 두 사람은 성탄 자정 미사 때 제단에 섰다. 그루버의 기타 연주에 맞춰 모어 신부는 테너를, 그루버는 베이스를, 성가대는 후렴을 맡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그러나 이 곡은 노랫말처럼 오번도르프에서만 불리다 몇 년 후 성당에 새 오르간을 설치하러 온 마우라허가 듣고 감동받아 악보를 얻어 고향 티롤에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티롤의 민속음악가 슈트라서와 라이너가 해외 순회 공연 때 이 곡을 선보여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가 지금도 성탄 때면 세상의 가장 많은 사람이 이 노래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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