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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우화의 강 / 마종기

by 세포네 2010. 6. 15.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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