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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교황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요약

by 세포네 2010. 1. 3.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 코펜하겐 제15차 유엔기후변화회의에 앞서 11월 2일 스페인에서 열린 175개국 기후회의 당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바르셀로나 성가정대성당에 '기후를 구하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있다.


 1. 새해를 맞아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과 국가,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를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피조물에 대한 존중은 큰 중요성을 지닙니다. '창조는 하느님의 모든 업적의 시작이며 기초'입니다. 피조물 보호는 인류의 평화 공존에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신 땅과 자연 자원을 돌보지 않고 철저히 착취함으로써 생기는 위협도 그 못지않게 우려스럽습니다. 인류는 '하느님의 창조적 사랑을 반영해야 하는 인류와 환경 사이의 약속'을 새롭게 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2. 저는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온전한 인간 발전은 인간과 자연 환경의 관계에서 나오는 의무와 긴밀히 결부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자연의 사용에는 인류 전체, 특히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이 따릅니다.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때 우리는 창조주의 사랑, '해와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을 인식합니다.
 
 
3. 20년 전에 요한 바오로 2세는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를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로 선택하셨습니다.
 
 "오늘날에는… 자연에 대한 마땅한 존중의 결여로… 세계 평화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의식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새로운 생태학적 각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구체적인 계획과 사업으로 발전하도록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1971년 바오로 6세도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80주년에 "인간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착취해 파괴하고 그 재앙이 이제는 바로 인간에게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셨습니다.
 
주거지와 재산을 잃고
강제 이주의 위협에 몰린
환경 난민이 늘고 있습니다

▲ 단체로 노숙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 어린이들. 교황은 담화에서 기후변화와 사막화, 수질오염, 농촌지역 황폐화 등 자연 서식지 파괴로 주고지와 재산도 잃고 강제 이주의 위협과 불안에 떠는 환경난민 현상이 증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4. 교회는 기술적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창조주와 인간, 창조 질서 관계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90년 '생태계 위기'와 관련, 그 위기의 윤리적 성격을 강조하시며 '새로운 연대의 절박한 도덕적 요구'를 지적하셨습니다.
 
 위기 증대의 징후들이 보이는데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기후 변화와 사막화, 광활한 농촌 지역 황폐화와 생산량 감소, 하천과 지하수 오염, 생물 다양성의 상실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어찌 무관심할 수 있겠습니까?
 
 자연 서식지 파괴로 주거지와 재산을 잃고 강제 이주의 위협과 불안에 몰린 '환경 난민' 현상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과 식량, 건강, 발전에 대한 권리와 같은 인간 권리 행사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입니다.
 
 
5. 생태계 위기를 다른 관련 문제와 분리해서는 안 됩니다. 발전 개념뿐 아니라 인간관, 인간 상호 간의 관계와 인간과 나머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발전 모델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하고 경제의 의미와 목표를 고찰해 역기능과 오용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오늘날 위기는 경제적이든 식량이든 환경이든 궁극적으로 '도덕적 위기'이며, 모든 위기는 연관돼 있습니다. 특히 현재 위기들은 성공한 경험에는 의지하고, 실패한 경험은 버리는 새 참여 방식과 형태를 통한 연대와 절제의 생활을 요구합니다.
 
창세기 첫 장들은
세상에 대한 지혜로운
계획을 알려줍니다 


▲ 인도 뭄바이 공장지대를 자전거로 지나는 소년. 뭄바이는 먼지와 스모그로 오염돼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6. 우리가 말하는 '자연'은 '사랑과 진리의 계획'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는 피조물들을 당신 존재와 지혜와 선에 참여시키고자 하신 하느님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생겨났습니다.
 
 창세기 첫 장들은 세상에 대한 지혜로운 계획을 알려 줍니다. 세상은 하느님 생각에서 생겨났으며 '땅을 가득 채우고' 하느님 자신의 '관리자'로서 그 땅을 '다스리도록'(창세 1,28 참조), 창조주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남자와 여자를 그 정점에 둡니다.
 
 창조주와 인간 그리고 창조된 세계의 조화는 아담과 하와의 죄로 파괴됐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분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과 나머지 피조물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인간은 이기심의 지배를 받아 완전히 지배하려는 욕구로 피조물을 착취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내리신 본래 명령의 참 의미는 권위 부여가 아니라 '책임의 요구'입니다. 성경의 계시로 우리는 자연이 창조주의 선물이며, 창조주께서는 인간이 '땅을 일구고 돌보는'(창세 2,15 참조) 데 필요한 원칙들을 자연에서 이끌 수 있도록 자연에 내재적 질서를 부여하셨다는 것을 알게 해줬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협력자 대신 하느님을 대신한다고 자처한다면 '인간의 지배보다 더욱 폭력적인' 자연의 반란을 불러오고 말 것입니다.
 
 
7.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고 상기시켜 줬습니다.
 
 창조 재화는 인류 전체에 속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착취 속도는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의 모든 세대에게 자연 자원의 공급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경제 결정은 도덕적 결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하고 환경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경제 활동이 요구됩니다.
 
 국제 공동체와 각국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 자원과 기후를 보호하려면 명확하게 정의된 법칙에 따라, 법률적 경제적 관점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빈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미래 세대들에게 보여줘야 할 연대도 고려해야 합니다.
 
 
8. 세대 간의 더 큰 연대 의식이 절실합니다. 공동의 환경 자원을 우리가 써버리고 미래 세대에게 대가를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적 연대는 우리에게 이익일뿐 아니라 의무입니다. 이것은 현 세대의 책임이며, 개별 국가만이 아니라 국제 공동체와도 관계돼 있습니다.
 
 자연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현재와 미래의 모든 피조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유 재산 보호가 재화의 보편적 용도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인간 활동이 현재와 미래 사람들을 위해 땅의 비옥함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관계에서 세대간 연대 의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도덕적 요구도 절실합니다. 국제 공동체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 착취를 규제하는 제도적 수단을 찾고, 그 과정에 가난한 나라도 참여하게 해 미래를 함께 계획해야 합니다. 원조와 지식 공유, 친환경 기술 이전에서 사리사욕을 덜 부린다면 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9. 국제 공동체가 당면한 근본 문제 중 하나는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지속 가능한 공동 전략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사회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야 합니다. 동시에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에너지 형태의 연구와 활용을 촉진하고, 에너지 자원의 재분배도 필요합니다.
 
 생태 위기는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온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세계적 개발 모델을 지향하는 공동 실천계획 수립의 역사적인 기회입니다.
 
 저는 인간 중심, 공동선의 증진과 나눔, 책임, 생활 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내일 일어날 일을 바라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지혜를 바탕으로 한 발전 모델 채택을 권유합니다.
 
 
10. 환경과 지구 자원의 포괄적 관리는 인간 지식이 과학 기술 연구와 실천에 지혜를 모을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환경 파괴에 맞서 싸우는 일과 온전한 인간 발전을 증진하는 일 사이에 관련성이 뚜렷해지고 있는 오늘날, 이 두 가지 연대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촉진해야 하고 세계 물 부족 문제와 물 순환 체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소농을 중심으로 하는 농촌 개발 전략, 삼림 관리와 쓰레기 처리, 기후 변화 대처와 빈곤 극복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중장기적인 국제적 노력과 담대한 국가 정책이 요구됩니다. 소비중심적 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 문제를 다루는 실제적 동기는 사랑과 정의와 공동선의 가치로 고취되는 참다운 세계적 연대의 추구 때문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기술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인간과 환경 간의 계약, 곧 하느님의 피조물 사랑을 반영하는 계약을 강화하는 데에 활용돼야 합니다.

군비 축소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합니다


▲ 가톨릭농민회 농민들이 재배한 유기농 채소들. 자연을 지키고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유기농법이 대안이다.


11. 환경 황폐화 문제가 사회와 환경, 경제적 관점에서도 지속될 수 없는 우리의 생활 양식과 현재의 생산과 소비 양식을 반성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선미의 추구가, 그리고 공동 발전을 위한 다른 이들과의 친교가, 소비와 저축과 투자를 결정하게 되는 새로운 생활 양식에서 나오는 진정한 시각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평화 교육은 개인과 가정과 공동체와 국가의 담대한 결정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환경을 보호하고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익보다는 제 자리에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태적 책임을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 헌신하는 현대 시민 사회의 여러 단체와 비정부 기구는 의식 고취와 교육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고 미디어 역시 이와 관련하여 창의적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한 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은 세계관을 필요로 합니다. 아울러 국가 이기주의를 넘어 모든 민족의 요구에 열려 있는 책임 있는 공동 노력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국제 공동체가 점진적인 군비 축소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합니다. 핵무기의 존재만으로도 지구 생명과 현세대, 미래 세대의 발전이 위협 받습니다.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려
공공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교회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나뭇가지에 서리가 내려앉은 모습. 교황은 담화에서 자연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강조하고, 모든 피조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12.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해 공공 생활에서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황폐화는 인류 공존을 이루는 문화적 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인간 생태학'이 사회 안에서 존중받을 때 환경 생태학도 혜택을 받습니다.

 젊은이들이 가정과 사회 전체 안에서 자신을 존중하도록 도움 받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환경을 보호하라고 요청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환경뿐 아니라 개인과 가정, 사회 윤리도 포괄합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개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하는 인간에 대한 의무에서 나옵니다.


13.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가까이 할 때 평화와 고요 그리고 새로운 활력의 충전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피조물을 돌보며 하느님께서 피조물을 통해 우리를 돌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교회는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피조물을 책임지는 청지기와 관리자 역할을 맡기시며 당신의 작품에 새겨 넣으신 원칙을 존중하면서 이 문제에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14.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으면 선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쉽게 이뤄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계시의 빛과 교회의 전통에 충실하게 여기에 공헌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류에게 거룩한 영을 보내시어 역사의 과정을 이끄시고 구세주께서 영광스럽게 다시 오시는 날을 앞당기게 하셨습니다. 바로 그날 정의와 평화가 영원히 머무는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13)이 나타날 것입니다.

 환경 보호는 우리가 새롭고 조화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절박한 과제입니다. 또한 환경 보호는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의 전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세계의 지도자들과 인류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은 피조물의 보호와 평화 건설은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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