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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2009년 한국천주교회 결산] 교회부문

by 세포네 2009. 12. 27.

김수환 추기경 선종 애도 속 신자 500만 명 시대 맞아

 

▲ 한국교회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2월 16일 선종했다. 사진은 장례 기간 중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인 빈소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분향하는 모습.

 

무엇보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해로 기억될 2009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자 500만 명 돌파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도 올해(정확히는 2008년 12월 31일) 일이다. 한국교회에는 이 밖에도 올 한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2009년 한국교회를 결산한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2009년 한 해 동안 한국교회에서 벌어진 많고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큰 일은 아무래도 김수환 추기경 선종일 것이다.
 한국교회 큰 별 김수환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2월 16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향년 87살. 자신의 사목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던 김 추기경은 세상을 떠나면서 앞을 못보는 2명에게 각막을 기증했다.
 장례미사는 2월 20일 명동주교좌성당에서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장엄하게 거행됐다. 여느 사제와 다름 없이 간소하게 치러진 장례식은 고인의 평소 뜻을 따른 것이다. 김 추기경의 경륜과 업적을 높이 평가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을 교황특사로 임명해 교황 이름으로 장례미사를 집전토록 했다. 고인의 시신은 경기도 용인 서울대교구 공원묘원 성직자묘역에 안장됐다.
 장례 기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40여만 명이 명동성당 김 추기경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국내외 방송과 신문은 유례가 없는 취재 열의를 보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반응이었다. 이 시대 참된 목자를 잃은 국민들 충격과 슬픔은 그만큼 크고 깊었다. 김 추기경은 종교와 이념, 빈부와 세대 차이를 넘어 온 국민을 하나되게 한 우리 사회 구심점이었다.
 정 추기경은 2월 22일 김 추기경 추도미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 메시지'를 발표하고, 고인의 선종과 장례 기간 보여준 국민들의 애도와 사랑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뜻을 기리는 '감사와 사랑 운동'을 통해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국교회사 연구의 대부 최석우(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몬시뇰도 7월 20일 하느님과 김 추기경 곁으로 돌아갔다. 김 추기경과 같은 87살이었다.
 
 #교세 신장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교세 신장을 보인 한 해였다.
 한국교회는 먼저 신자 500만 명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주교회의가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08」에 따르면 2008년 12월 31일 현재 한국교회 신자는 500만4115명으로, 총 인구 5039만4374명의 9.9%를 차지했다. 1784년 한국교회가 시작된 이래 225년 만에 '신자 500만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 같은 증가 추세라면 내년에는 복음화율이 1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일미사 참례율(24%)이 10년 전보다 6.7%p 떨어진 것은 교회의 적극적 대응을 요청하는 부분이다.
 한국교회는 또 5000번째 사제를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를 배출한 지 164년 만이다. 5000번째 사제라는 영광을 안은 이는 6월 26일 사제품을 받은 손호빈(서울대교구) 신부로, 서울대교구 사제 중에서는 727번째다.
 한편 개신교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여론조사 결과 가톨릭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고, 또 호감을 갖는 종교로 나타났다. 신뢰도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 1위였고, 호감도는 지난해 1위였던 불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주교단 움직임
 올해 한국교회는 한 명의 새 주교를 낳았고, 한 명의 대주교를 하느님 품으로 떠나보냈다. 수원교구는 새 교구장을, 광주대교구는 부교구장 대주교를 맞이했다.
 대전가톨릭대 총장 김종수 신부가 2월 10일 대전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대전교구에 보좌주교가 탄생하기는 처음이다. 주교 서품식은 3월 25일 거행됐다. 대구대교구 제9대 교구장을 지낸 최영수 대주교는 8월 31일 숙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67살. 2007년 4월 교구장에 오른 최 대주교는 교구 설정 100돌(2011년)을 앞두고 교구가 복음화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교구를 쇄신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수원교구 부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청원한 교구장 최덕기 주교에게서 3월 30일 제4대 수원교구장을 승계했다. 또 광주대교구 김희중 보좌주교는 7월 10일 교구장 승계권을 지닌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다. 이로써 광주대교구는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ㆍ현직 교구장인 윤공희ㆍ최창무 대주교와 함께 대주교만 3명 있는 교구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시복시성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5월 20일 하느님의 종 124위와 최양업 신부에 대한 시복 예비심사 법정을 폐정하고, 시복 관련 문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했다. 한국교회의 시복은 40여 년 전인 1968년에 병인박해 당시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오른 것이 마지막이다. 이번에 시복 대상자로 오른 124위는 신유박해(1801년)를 비롯해 한국교회 초창기에 순교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교회는 현재 이들 외에도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2179명(11개 교구)에 대한 제2차 시복과 한국전쟁 전후 순교자들인 '한국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도 추진 중이다.
 
 #생명수호 활동
 올해 한국교회 생명수호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대법원의 김 할머니 존엄사 인정 판결에서 불거진 존엄사법 제정 움직임, 그리고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의 낙태 근절 운동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김 추기경 선종 직후 발표한 담화를 통해 "김 추기경은 노환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겸손하게 순응했다"고 강조하고, 김 추기경 선종은 존엄사가 아니라며 존엄사 관련 입법 추진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는 또 7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법 제정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존엄사법 제정 반대 운동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존엄사'라는 그럴듯한 명칭은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주교회의는 이에 앞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4월 29일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 계획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과학의 이름으로 인간 생명을 무참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진오비가 그동안 시술해온 불법 낙태를 반성하면서 불법 낙태시술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10월 29일 "이들의 용기 있는 결단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진오비의 낙태 근절 운동 선포식에 보낸 격려사를 통해 진오비 활동이 생명경시 문화가 만연한 이 시대에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생명문화 확산을 위한 전국 차원의 생명대회가 내년 7월 청주교구 음성 꽃동네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한국교회 생명운동은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교구 설정 기념
 춘천교구가 올해로 설정 70주년, 안동교구가 40주년, 그리고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았다.
 4월 25일 지역별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70주년 기념사업에 들어간 춘천교구는 매일미사 후 70주년 기도문을 바치고,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교구 신앙실태를 점검하는 등 70주년을 뜻깊게 지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70주년 행사는 내년 4월 25일 춘천종합운동장에서 봉헌되는 감사미사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안동교구는 9월 20일 안동체육관에서 교구 설정 4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간직해온 교구 역사를 돌아보며, 50돌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밖에도 '안으로는 수도자, 밖으로는 선교사'로 살아가는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땅에 첫발을 내디딘 지 100주년이 되는 9월 25일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지난 100년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타
 가톨릭의료사에 새 장을 여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4월 30일 공식 개원했고, 군 복음화의 산실인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이 전국 교구의 성원에 힘입어 9월 19일 봉헌식을 가졌다.
 독일교회 주교단이 4월 한국을 찾아 소공동체를 배워갔으며, 가톨릭학원과 가톨릭대가 11월에 개최한 '2009 서울 팍스포럼'은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아시아 저개발국가 이웃들이 자립성을 갖춰 자신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교류ㆍ협력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

 

▲ 이용훈 주교가 5월 14일 제4대 수원교구장에 착좌하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왼쪽)와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박수를 치고 있다.

 

▲ 신자 500만 명 돌파의 위업을 쌓은 한국교회는 5000번째 사제를 배출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사진은 6월 26일 5000번째 사제를 탄생시킨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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