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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세상에 비밀은 없다

by 세포네 2009. 10. 16.


 

 

 


 

오늘 복음 3절에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라는 말씀을 읽으면서, 라디오 사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사귄지 얼마 안된 여자 친구와 물놀이를 하기 위해서 용인에 있는 대형 수형장에 갔습니다. 야외에서 인공파도도 타고,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타고.. 그런데 한참 재밌게 놀다보니 조금 피곤했어요. 그래서 피로도 풀겸 실내에 있는 사우나로 향했죠. 근데 실내에 들어선 순간 사우나보다 먼저 제 눈에 확 들어오는게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실내 다이빙장~~ 저의 멋진 몸매와 멋진 다이빙으로 여자친구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기회였죠...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오빠가 멋지게 다이빙하는 거 보여줄게...” 라고 말한 뒤, 멋지게 다이빙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이빙대 높이가 낮더라구요. 그런데다가 엉덩이로 입수하는 바람에 물속에서 수영복이 엉덩이 밑으로 훌러덩 벗겨졌습니다. 무척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물속에서 수영복을 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물 위에 있었으니까, 물 속 상황을 모를꺼야~’라는 생각을 하며,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옆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계단이 있더라구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계단 밑에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도 ‘무슨일이지...’ 하면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무슨 수족관 같은 유리 앞에 서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다가가자 저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웃는 거에요.


이유를 몰라 수족관을 바라보는데, 다이빙 하는 사람들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생동감 있게 다 보이더라구요. 저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수영복이 벗겨진 것을 여자친구만 빼고, 그 많은 사람이 다 본 겁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남자가 물속이라고 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도 복음에서 말하는 어두운 곳이나 골방이라고 해서 비밀이 보장되리라 생각할지로 모릅니다.


하지만 2절에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말씀처럼,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심판받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수족관 앞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이 벗겨진 남자를 지켜본 것처럼, 하느님도 우리의 모든 숨은 행동을 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부끄러운 일을 저질러도 아무도 모르겠지..’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늘 하느님의 시선을 느끼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기현(세례자요한) 신부  만수1동 보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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