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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산뜻한 출발

by 세포네 2009. 9. 23.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그 고을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

        몇 년 전 무전 순례를 떠날 때

        침낭 하나만 가지고 떠났습니다.
        아직 5월이라 다른 것은 안 가져가도
        혹 노숙을 하게 될 경우 덮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노숙을 하게 될 때는 정말로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그러나 그 침낭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귀찮았는지 모릅니다.
        이번 외국 여행을 할 때 컴퓨터를 가지고 갔습니다.
        짐을 꾸리면서 휴대전화니

        다른 것들은 미련이 없이 두고 떠났는데
        컴퓨터만은 많이 망설이다 결국 가지고 떠났습니다.
        그 무게만큼이나 여행 내내

        얼마나 저를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는 길 떠날 때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 하십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지고 다니면

        고생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니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새로움을 위해서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님께서

        새롭게 주시는 것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손은 한 손입니다.
        두 개의 손일지라도 결국 한 손에 하나입니다.
        하나를 들고 있으면 다른 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기 위해서는

        영락없이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때그때 가장 좋은 것을 주십니다.
        그러니 이것을 굳게 믿는 사람은

        아무 것도 지닐 필요가 없습니다.

        버리고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산뜻한 출발을 위해서입니다.
        산뜻한 출발을 위해서는

        구질구질하게 이것저것 가지지 말아야하는데
        그중에서도 구질구질한 지난 감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원망,
        분노,
        후회,
        아쉬움.
        이런 것을 가지고는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을 볼 수 없고
        이파리에 색칠을 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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