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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어느 말 한 마디가 / 이해인

by 세포네 2009. 9. 9.


 

 

 

 

 


          어느 말 한 마디가

           

                                      / 이해인

          어느 날 내가 네게 주고 싶던
          속 깊은 말 한 마디가
          비로소 하나의 소리로 날아갔을 제
          그 말은 불쌍하게도
          부러진 날개를 달고 되돌아왔다


          네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려야 했을
          나의 말 한 마디는
          돌부리에 채이며 곤두박질치며
          피 묻은 얼굴로 되돌아왔다


          상처받은 그 말을 하얀 붕대로 싸매 주어도
          이제는 미아처럼 갈 곳이 없구나
          버림받은 고아처럼 보채는 그를
          달랠 길이 없구나


          쫓기는 시간에 취해 가려진 귀를
          조금 더 열어 주었다면
          네 얼어붙은 가슴을
          조금 더 따뜻하게 열어 주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니


          말 한 마디에 이내 금이 가는 우정이란
          얼마나 슬픈 것이겠니


          지금은 너를 원망해도 시원찮은 마음으로
          또 무슨 말을 하겠니


          네게 실연당한 나의 말이
          언젠가 다시 부활하여 너를 찾을 때까지
          나는 당분간 입을 다물어야겠구나


          네가 나를 받아들일

          그 날을 기다려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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