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정원]/묵상글

영리하되 영악치 말아야....

by 세포네 2009. 7. 10.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제자들을 세상 가운데로 보내며 하시는 주님의 이 말씀을 들으니
        제가 군대 갈 때 서양 철학 교수님의 충고 말씀이 생각납니다.
        군대 가는 제자들에게 일반적으로 하신 말씀인지
        제가 그렇게 보여 저에게만 하신 말씀인지 모르지만
        평소 선생님의 인품에 비추어볼 때
        너무 뜻밖의 말씀을 충고로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말씀인 즉,
        군대에 가면 요령도 배우고 영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령 피우면 안 된다고 말씀하실 분이 요령을 배워야 하고
        영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좀 의아스러웠지만
        선생님 말씀이니 무슨 뜻이 있겠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영악하고 요령만 피우면 안 되겠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신학생이 세상 가운데 살아가려면
        세상도 알아야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도 알아야 하고
        영리하게 처신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고
        그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로

        군대를 삼으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한 동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된 말이 바보입니다.
        바보 김 수환.
        바보 노 무현.
        모두가 똑똑하고 영리한 것을 추구하는데
        반대로 바보를 추구한 사람이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이들의 위대함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바보스러움이 칭송의 대상이 된 것은
        똑똑하고 영리한 것을 추구한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것이라기보다
        영악한 것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리함과 영악함은 사실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다릅니다.
        요령을 아는 것과 요령을 피우는 것이 다르듯
        영리함은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영악함과는 다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리하되 영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뱀처럼 슬기롭되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라는 말씀이
        이 말씀이 아닐까 저는 생각해봅니다.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때
        형제간에 그리고 부자간에 서로 거스르는 일을 당할 때
        어느 마을에서 박해를 받을 때
        하느님께서 계시고 하느님께서 해 주시는데
        괜히 자기 힘으로 하려고 힘으로 하려하지 말고
        하느님을 위해 순교해야 하는데
        고작 인간에 의해 상처 받지 말고
        내가 한 번 져주어 다른 곳으로 슬쩍 피하면 되는데
        끝까지 어느 곳을 고집하며

        맞서 싸우지 말라는 것일 겁니다.

        그러고 보니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함은
        자기를 버리고 하느님으로 채우고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하느님으로 무장한 사람의 경지인 것 같습니다.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

         

         

         

'[마음의 정원] > 묵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께로....  (0) 2009.07.13
두려워하지 말라 하십니다...  (0) 2009.07.11
동적인 영성...  (0) 2009.07.09
오라시고 가라시는 주님  (0) 2009.07.08
가엾게 여기는 마음..  (0) 2009.07.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