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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그 사람 - 김남조

by 세포네 2009. 6. 16.


 

 

 


          그 사람

           

                          - 김남조

          1

          자욱한 안개밭,
          흐릿하게 잡히는 달무리,
          회녹색 평야를
          휘파람 날리며
          바람 갈퀴 몰고 온 사람

          아닐지 몰라

          염원의 산울림인지도 몰라.


          나직히 부르면 대답하고

          마음속으로만 불러도 대답하며

          紙墨 적시는 사연에도

          은은히 종소리 울리는

          그의 응답


          아닌지 몰라

          꿈속의 꿈인지도 몰라

          몰라…….



          2

          거울 속의 여자와 만나다

          그 사이 무량하게 갈아끼운

          그녀의 그림

          오늘은

          未亡의 이름과

          지팡이까지 짚은

          이 몰골로 와 있구나


          오랜 날의 친구

          늙은 비애와

          마주보며 말도 잃을 때

          [괜찮다 괜찮다]면서

          따습고 편안하게

          둘을 함께 품어안은

          사람 하나 있다



          3

          이상도 해라

          다음 차례 또 다음 차례를

          너그러이 내어주고

          언제나 끝번에 남아 있는

          그 사람

          더러는

          벽 속까지 물러서서

          벽화 초원에 쉬고

          날이 날마다

          고요한 밝음으로

          사위를 두른다


          실꾸리 솔솔 푸는

          세월이라도

          끝날이야 있으리니

          그날 그때이면

          너덜너덜 헐어진 초라한 나를

          추운 가슴 참아온 울음까지

          그가 모두 차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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