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9세기부터 많은 학자들은 티모테오와 바오로의 실제적인 관계가 다를 뿐만 아니라 바오로의 서간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사목서간에 나오는 이유 등을 들어 사목서간이 바오로의 친서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사실 바오로 친서와 사목서간 사이에는 낱말과 문체, 교직제도와 신학적 사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첫째, 현존하는 신약성경 사본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본인 「체스터 비티 파피루스 46」 엔 사목서간이 들어있지 않다. 또한 144년경에 작성된 마르치온 경전 목록에도 사목서간은 나오지 않는다. 마르치온은 이단자로서 구약성경을 인정하지 않았고 신약성경 중에서도 오직 루카복음과 바오로 서간 10권만을 경전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10권 가운데 사목서간은 빠져 있다. 사목서간에는 구약성경의 인용이 거의 들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르치온이 사목서간을 경전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이 서간이 초기 사본들에는 빠져 있다가 2세기 말경부터 비로소 바오로 서간목록에 첨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사목서간에 나오는 낱말과 바오로 친서에 나오는 낱말이 매우 다르다. 사목서간에 나오는 848개의 낱말들 중 306개는 바오로 친서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306개의 낱말 중에서도 175개는 신약성경 다른 곳에서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중 211개는 2세기 전에 씌어진 문헌에는 나오지 않고 그 이후에 씌어진 문헌에만 나온다. 따라서 사목서간에 들어있는 낱말들은 바오로 친서에 나오는 낱말들보다 후대의 것들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바오로 친서와 사목서간에 나오는 같은 낱말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의화’는 바오로 친서에서는 구원의 개념으로 사용된 반면에 사목서간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닦아야 할 윤리적인 덕(1티모 6,11)을 의미한다.
셋째, 사목서간의 문체도 바오로 친서의 문체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바오로 친서의 문체는 논쟁적인데 반해 사목서간의 문체는 매우 정적이며 그 표현 또한 바오로 친서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넷째, 사목서간에 나타난 역사적 배경이 바오로가 활동했던 1세기 중엽이 아니라 2세기 중엽을 반영한다. 특히 사목서간에는 2세기에 성행한 영지주의 사상이 나타나 있다(1티모4,3·8 2티모 2,17·18). 교회가 조직과 교계제도 면에서 발전하여 어느 정도 틀을 갖춘 것도 사목서간의 역사적 배경이 2세기임을 반영한다 하겠다. 다섯째, 사목서간은 바오로 친서와는 다른 신학적 윤리적 관점을 보인다. 사목서간에는 바오로 친서에 나오는 율법·믿음·의화 같은 여러 중요 개념들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론·구원론·종말론 등에 있어서도 친서와 사목서간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와 같은 이유들을 들어 사목서간을 바오로가 설립한 교회들에서 활동하던 바오로의 후계자 혹은 바오로 학파에 속했던 어느 무명 그리스도인이 바오로의 이름을 빌려 쓴 차명서간으로 본다.
(2) 집필장소·연대·순서
사목서간의 집필 장소로는 서간 자체의 자료로 보면 티모테오 1서는 마케도니아(1,3), 티모테오 2서는 로마(4,6-8), 티토서는 에페소나 마케도니아(3,12)를 시사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사목서간을 어디에서 썼는지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바오로 사도가 선교했던 지역인 에페소·코린토·로마 중 하나로서 바오로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이 발휘되는 도시였음은 분명하다. 사목서간이 씌어진 시기 역시 필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학자들은 대략 90~100년경으로 보고 있다. 집필 장소와 연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목서간의 순서이다. 현재의 사목서간은 티모테오 1서-티모테오 2서-티토서의 순서로 되어 있다. 사실 현재의 정경 순서는 집필순서와 상관없이 본문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사목서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내용상 티모테오 2서가 가장 먼저 기록되었고 그 다음으로 티토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티모테오 1서가 기록되었는데 나중에 수집되어 편집되는 과정에서 순서가 뒤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티모테오 2서-티토서-티모테오 1서의 순서가 서간에 반영된 교회 제도의 발전과정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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