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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싫지만....

by 세포네 2009. 5. 22.

 


 

 

        노상 여자를 쫓아다니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여자는 그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오히려 귀찮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도 싫지만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시험도 할 겸 작전을 짰습니다.
        그렇게 쫓아다니던 사람이 그날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일체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뭔가 허전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와 연관이 있는 곳에 가면

        두리번거리기까지 하고
        자꾸 전화 쪽으로 눈길이 가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지난 다음

        우연을 가장하여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는 감추려고 해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였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일부러 이런 작전을 쓰시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이런 것은 필요합니다.
        부재감과 상실감.
        하느님의 부재와 상실이 가져다주는 쓰라림.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주님께 대한 갈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계셔도 그만,

        안 계셔도 그만인 분일 수 없습니다.

        기쁨은 갈망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내 삶에 기쁨이 없다면 갈망이 없기 때문이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대한 갈망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주님의 부재와 상실을 싫지만 원합니다.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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