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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바오로서간해설

(9) 콜로새서

by 세포네 2008. 11. 30.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에 속지 말라 경고

에페소서와 필리피서, 필레몬서와 함께 옥중 서간을 이루고 있는 콜로새서는 에페소서와 내용상으로나 문체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은 서간입니다.
 
 ◇바오로와 콜로새
 콜로새는 소아시아 프리기아 주에 있는 작은 도시로, 에페소에서 동쪽으로 약 170㎞ 떨어져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에 속하는 라오디케이아 및 히에라폴리스와는 이웃해 있던 작은 상업 도시였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콜로새에 교회를 세우지 않았으며, 3차에 걸쳐 선교 여행 중에도 콜로새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콜로새에는 어떻게 복음이 전해졌을까요? 학자들은 콜로새서에 나오는 구절(1,7; 4,13)을 토대로 에파프라스가 콜로새에 복음을 전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에파프라스는 바오로가 옥에 갇혔을 때 함께 고초를 겪은(필레1,23 참조) 바오로의 든든한 협력자였는데, 고향 또한 콜로새여서 콜로새에 사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적격이었을 것입니다. 에파프라스는 콜로새뿐 아니라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들에 속하는 인근 라오디케이아와 히에라폴리스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집필 배경
 바오로는 콜로새 공동체를 세운 에파프라스에게서 콜로새 신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것은 콜로새 공동체가 이단 사상에 현혹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단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유다교 및 그리스 철학이 혼재된 상태로 드러나는데 바오로는 이를 "철학이나 헛된 속임수"라고 규정하면서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합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만으로는 충만하지 않다거나 할례를 받아야 한다거나, 안식일 규정이나 음식 규정을 지켜야 한다거나, 육신의 고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등입니다.
 이런 이단에 맞서 바오로는 콜로새 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참다운 가르침을 제시하고자 이 편지를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오로는 이 편지를 라오디케이아 교회에서도 읽도록 권고하는 것으로 보아(4,16 참조) 당시 이런 이단 사상이 콜로새 교회만이 아니라 인근 다른 지역 교회에도 침투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필 시기와 장소
 집필 시기와 장소는 바오로 사도가 이 편지를 직접 썼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이와 관련해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바오로 사도의 친저로 보는 견해인데, 이에 따르면 콜로새서는 에페소서와 필레몬서, 필리피서와 함께 바오로 사도가 말년에, 곧 로마에서 첫 번째 감옥 생활을 할 중 쓴 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 시기는 61~63년쯤으로 잡습니다.
 다른 하나는 바오로의 친저로 보면서도 바오로 사도 생애 말년이 아니라 3차 선교 여행 때 에페소에서 지낼 때에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집필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집필 시기는 50년대 중반쯤이 됩니다.
 마지막 주장은 가장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의견인데 바오로 사후에 바오로의 사상을 이어받은 제자가 콜로새 공동체의 문제를 보고 바오로 사도의 이름을 빌어 편지를 썼다는 것입니다. 콜로새서에 나오는 신학적 사상들이 바오로 사도 이후 1세기 말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최근 들어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집필 시기가 빠르게는 70년에서 늦게는 80~90년까지 학자들마다 차이가 납니다.
 
 ◇구성과 주요 내용
 콜로새서는 다른 바오로 서간들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머리말 부분에서는 인사와 함께 콜로새 교회와 관련한 감사와 기도가 나옵니다(1,1-20). 이 기도 부분에서 중요한 내용이 언급됩니다. '그리스도 찬가'(1,15-20)인데, 그리스도에 관한 핵심 진리를 담고 있지요. 곧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며, 그분은 당신 십자가를 통해 만물을 화해시키셨다는 것입니다.
 이 그리스도 찬가는 이어오는 내용들의 기초가 됩니다. 서간은 콜로새 교회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화해하게 됐다고 선포하면서 자신이 그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1,21-29).
 서간은 이어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충만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에 속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의 전통과 세상의 정령을 따르는 것이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일, 축제나 안식일 문제, 또는 거짓 겸손이나 천사 숭배를 즐기는 일, 또 지나친 육신의 고행 등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2,6-23).
 이런 이단적 사상을 경계하고 나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야 할 삶에 대해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옛 인간을 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은 사람으로서 온유와 인내, 용서와 사랑, 감사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3,1-17). 나아가 그리스도인 가정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3,18-25). 기도 생활과 지혜롭고 책임있는 삶을 살도록 권고합니다(4,1-6).
 바오로는 끝인사를 통해 자신이 감옥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편지를 라오디케이아 교회에서도 읽게 해주고 라오디케이아 교회에 보낸 편지도 돌려가면서 읽도록 하라고 부탁합니다(4,7-18)
 
 ◇콜로새서의 특징과 의미
 전체 4장에 불과한 비교적 짧은 편지이지만 콜로새서는 신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특징을 지닌 서간입니다. 서간에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에 관한 신학 곧 그리스도론이 부각되고 있지요. 이 부분은 그리스도 찬가(1,15-20)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됐으며,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한다는 것, 또 그분 안에서 온갖 충만함이 있으며, 그분의 십자가 희생으로 말미암아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화해하게 됐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역을 우주적 차원까지 넓힌 심오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런 고백은 이제 세례로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에게도 새 사람이 될 것을 재촉합니다. 새로운 인간으로 갈아 입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윤리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콜로새서의 중요한 특징에 속합니다. 그것은 '손대지 마라, 맛보지 마라, 만지지 마라' 하는 규정에 얽매인 삶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는 것'입니다.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하고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는 것'입니다.
 콜로새 교회 공동체에게만 해당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바오로의 서간과 신학 사상' 기사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서간과 신학」(바오로딸) 「서간에 담긴 보화」(생활성서) 「바오로에 대한 101가지 질문과 응답」 「바울로와 그의 서간들」(생활성서) 「바오로 스케치」(빅벨) 「바울로」(분도출판사) 「신약성서입문」 (분도출판사)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분도출판사) 「신약성서 새번역」(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성서못자리 그룹공부 교재-나눔터」(기쁜소식)

 

▲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 가운데 하나인 라오디케이아 유적지.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 교회에 보낸 서간에서 자신의 편지를 라오디케이아 교회에서도 돌려보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 라디오디케아 유적지의 돌에 새겨진 십자가 문양이 옛 라오디케이아 교회 체취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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