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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한국외방선교는 이륙 단계(take off stage)

by 세포네 2007. 10. 21.

외방선교회의 선교경험 나누기 - 메리놀회 파명건 신부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파명건(David L.Pfeiffer) 신부의 전자우편 ID는 'explorer381960'이다.

 대학시절 꿈이 탐험가(explorer)였던 (19)38년생. 그러나 하느님 부르심을 받고 인간 탐험가가 되기 위해 1960년 신학교에 입학했다는 이력을 함축한 것이다.

 

 

 그는 1966년 사제품을 받자마자 미국 샌프란시코항에서 밀가루를 잔뜩 실은 한국행 화물선에 올라탔다. 무려 17일 동안 태평양 뱃길을 달려 '탐험의 땅' 한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선교하다 휴가차 본부에 오신 선배 신부님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마음을 바꿨죠. 역사가 깊은 나라, 가난하지만 신앙의 진리에 목말라하는 하느님 백성이 많은 나라, 한국은 황홀한 탐험지였습니다."

 그는 부산과 인천에서 41년간 복음을 전했다. 올해 69살이다. 한국지부에 남아 있는 미국 선교사 19명의 중간 나이다. 그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94명이 부산ㆍ인천ㆍ서울ㆍ충청도를 종횡무진 누비며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1923년 평안남북도에서부터 선교사업을 시작한 메리놀회의 업적은 이루 열거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가 미국에서 쏟아져 들어온 구호품으로 1950~60년대 굶주림과 헐벗음을 이겨낸 데는 이들의 도움이 컸다. 당시 선교사들은 한국의 궁핍한 실정을 미국가톨릭구제회(CRS)와 은인들에게 알리느라 밤새도록 타자기를 쳤다.

 그는 "부자나라에서 온 선교사로서 굶주리고 헐벗은 하느님 백성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그렇다고 밀가루와 옷가지를 나눠주면서 '성당에 오라'고 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세계를 향해 나가라
 "한국과 한국교회는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국민들이 복음을 겸손하게 받아들인 덕분입니다. 선교사로서 그 발전 과정을 지켜본 것은 축복이자 영광입니다. 메리놀회는 대만과 일본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큰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제 하느님은 한국교회를 통해 아시아 대륙에서 놀라운 복음화 역사를 시작하실 것"이라며 "한국 선교사들이 세계를 향해, 특히 광활한 아시아 대륙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외방선교 역사는 30년이 채 안 된다. 선교사 수는 약 700명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의 외방선교는 이륙 단계(take off stage)"라며 "한국교회에는 없는 은사(恩賜)가 없기에 아시아 복음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미국 가톨릭의 첫 외방전교회인 메리놀회는 1911년 월시 신부와 프라이스 신부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다른 민족과 나눠야 한다'고 외치며 창설한 전교회입니다. 더 풍요로워지려면 나눠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창설자는 모두 교구 사제였습니다."

 메리놀회는 현재 28개국에 선교지부가 있지만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특히 회원 고령화와 성소 위기가 심각하다. 60년대 초만해도 소신학교ㆍ대신학교ㆍ수련소를 합쳐 성소자가 1000명에 달했다. 지금은 고작 7명이 명맥을 잇고 있다.

 "한국교회에는 성소가 풍부합니다. 교구 사제들 중에도 외방선교 영성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가난한 민족, 복음을 갈망하는 민족, 사제가 없어 애태우는 교회에 파견해야 합니다. 용기와 희생정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라틴어로 선교(missiones)는 '파견'이란 뜻 아닙니까."

 그는 "서울과 의정부교구 사제 2명이 메리놀회 협력사제로 외국에서 선교 중"이라며 "교구 사제들이 외방선교의 길을 찾으면 흔쾌히 돕겠다"고 말했다.

 # 천국의 문 앞에서 쫓겨날 위기?
 그는 또 "외방선교에 나서려면 영성적 지혜와 세상의 지혜를 두루 갖춰야 한다"며 "아프간 선교사 피랍사태는 세상의 지혜가 부족해서, 즉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듣고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지 못해 발생한 불상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료 선교사들끼리 주고받는 농담 한 가지를 소개했다.
 '한국지부 신부들은 죽어서 천국의 문 앞에 도착하면 틀림없이 쫓겨날 것이다. 하늘에서 받을 상을 한국에서 다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많다.'

 그는 "예수님은 당신과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 자매를 버린 사람은 백 배로 보상받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마르 10, 28-30)고 하셨는데, 우리에게 그 약속을 지키셨다"며 한국교회의 환대와 사랑에 감사했다.

 "선교는 나누고 받는 것입니다. 메리놀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외방선교사업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그는 인천 해안본당 주임신부를 겸하고 있다. 그곳에서 은퇴하려고 했는데 인기(?)가 높아 지난 1월 한국지부장에 선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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