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돌 맞은 마리아첼 성모성지 순례 " 교황 베네딕토 16세 오스트리아 사목방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7~9일 오스트리아를 사목 방문했다. 중부 유럽의 대표적 성모성지로 850주년이 되는 마리아첼 성모성지를 순례하고 오스트리아 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황의 이번 방문을 정리한다.
○…7일 낮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마리아첼은 단지 850년의 역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미래의 길을 보여준다"면서 그리스도교가 유럽의 과거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길"이라고 강조.
교황은 이어 빈 중심지 암 호프 광장으로 이동해 광장 기둥에 모셔진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바치고, 인근 '유다인광장'에 있는 2차대전 중 나치에 희생된 유럽의 유다인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기념물 앞에서 잠시 멈춰 묵념. 교황은 자신이 기념물 앞에 멈춘 것은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회개 그리고 유다인 형제들과의 우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날 저녁 빈의 대통령궁으로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예방한 후, 오스트리아 정부 지도자 및 외교사절단에게 한 연설을 통해 "유럽은 자신의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결코 부정할 수 없으며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
교황은 낙태와 안락사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는 단지 교회가 우려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 인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 젊은 배우자들에게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리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교황은 정치ㆍ종교 지도자들에게 "어린이들이 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물로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도와줄 것"을 당부. 또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에 찬 보살핌과 완화 치료라고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호스피스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8일 헬기 편으로 마리아첼 성모성지에 도착, 수만 명의 순례객이 참석한 가운데 마리아첼 성지 85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 교황은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유일한 보편적 중개자"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것은 다른 종교를 멸시하거나 우리 생각을 오만하게 절대화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
교황은 "그리스도 신앙을 선포하는 것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우리에게 아낌없는 선물을 주신 그분께 사로잡혀 있으며, 그래서 그 선물들을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진리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교황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에 미래가 있다"며 하느님을 다시 찾으라고 당부.
교황은 미사 끝에 오스트리아 본당 대표 10명에게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건네 주면서 이들을 선교사로 파견했으며, 미사 후 마리아첼 성지에서 오스트리아 주교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교황은 방문 마지막 날인 9일 빈 주교좌 성 스테파노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통해 주일 미사 참례는 의무로 지켜야 할 규율이 아니라 "내적 필요"라고 강조.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주일을 지키는 신자수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10%에 불과하다.
서구 사회에서 오늘날 주일은 주말, 여가 시간이 돼 버렸다고 지적한 교황은 여가 시간은 필요하고 또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내적 초점이 없으면 시간 낭비에 그친다며 여가 시간은 "우리의 기원이자 목표이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성당에 들어오지 못한 약 4만 명의 신자들은 성당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하일리겐크로이츠에 있는 시토회 수도원을 방문한 후 빈 공항을 통해 로마로 돌아갔다. 교황의 이번 오스트리아 방문은 자신의 7번째 해외 사목방문이다.
◇마리아첼은 어떤 곳인가
교황의 이번 오스트리아 방문의 주요 목적은 850주년을 맞은 마리아첼 성모성지 순례였다.
마리아첼은 오스트리아 중동부 슈타이어마르크 주에 있는 산악 도시다. 전승에 따르면, 마뉴스라고 하는 베네딕토회 수사가 1157년 이 지역 신자들을 사목하기 위해 파견돼 왔다. 그는 나무로 만든 작은 성모상을 갖고 왔는데 아기 예수가 사과를 들고 성모 마리아 무릎에 앉아 있는 모양이다.
마뉴스 수사는 마리아첼에 거의 다 왔을 때 큰 돌이 길을 막아 갈 수 없게 되자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렸더니 돌이 쪼개져서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뉴스 수사는 마리아첼에 도착해서 주민들과 함께 경당을 갖춘 작은 수도원을 짓고, 성모상을 그 경당에 모셨다.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기도를 하자 이 성모상으로 인한 기적들이 일어나면서 마리아첼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작은 경당은 몇 차례 증축됐고, 14세기에 이르러서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오늘날의 헝가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등지에서도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마리아첼의 성모는 헝가리의 수호성인, 슬라브인들의 어머니로 공경을 받았다.
1377년 헝가리의 루이 왕은 터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데 대한 감사 표시로 이곳에 고딕식 성당을 지었고, 16세기 종교 개혁이 일어난 후 마리아첼은 국가 순례지가 됐다. 현재 대성전은 16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최근 복구한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3년에 마리아첼을 방문, 이 성지를 순례한 첫 교황이 됐고,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때인 지난 2004년에 이 성지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었다. 【로마=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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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8일 오스트리아 마리아첼 성모성지에서 야외 미사 도중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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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7일 빈의 흐푸부르그 대통령궁에서 정치도자 및 외교사절단에게 연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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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일 빈 주교좌대성당에서 주일 미사 중 어린이들에게 서 예물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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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첼에 모셔져 있는 850년된 목각 성모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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