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와 영성]/성지(국내)

대전교구 솔뫼성지

by 세포네 2007. 9. 9.
성인가문 4대에 걸쳐 순교자 11명 배출,
1784년부터 이어온 내포 신앙의 못자리,
2020년까지 세계적 성지로 대대적 정비
 
▲ 1977년 12월 솔뫼성지 언덕 소나무 그늘에 세운 김대건 성인의 동상과 기념탑. 아늑한 솔밭에서 김대건 성인의 신앙과 그 숨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 김대건 신부 흉상

 

 초록으로 물결치는 솔뫼에 접어들자 김대건 신부의 숨결이 금세라도 느껴질 듯 생생하다. 한국천주교회 첫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1821~1846) 신부 생가지는 성지 정문을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왔다. ㄱ자 형태 팔작지붕의 양반가 고택에도, 200년 이상 된 솔밭에도, 옛 우물가에도, 심지어는 절구통에서도 성인 일가의 신앙이 그대로 묻어날 것만 같다.

 최근 들어 당진군과 내포문화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성역화사업 추진이 결정된 솔뫼성지는 대전교구 성지가 집중 분포돼 있는 '내포' 땅, 그 중에서도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 제일 좋은 땅"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좋은 땅 한복판이다. 특히 김대건 성인이 7살까지 산 생가터일 뿐 아니라 성인의 증조부 김진후(비오, 1814년 순교)를 시작으로 4대에 걸쳐 순교자만 11위를 낸 성지 중 성지로 꼽힌다.

 

 

▲ 지난 2004년에 복원한 김대건 성인의 생가. ㄱ자 형태 팔작지붕에 양반가 전통 가옥으로 세워진 생가에서는 성인의 체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순교자의 고향' 솔뫼

 "…위 11인은/솔을 흔들어/물 소리를 지어내는 바람을/낮은 물을 퍼 올리는/두레박을/하늘과 땅을 빚고 돌보는/손을/사방에서 피 흘려/증거하였노라"(김대건 성인 생가지 빗돌에서) 성인의 생가지가 자리한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 114 솔뫼성지(담당 윤인규 신부)는 내포 한가운데 합덕 곁에 자리하고 있다. 현 부지는 4만9587㎡. 성인의 생가지를 비롯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관, 성지 내 소나무 그늘 아래 김대건 신부 동상 및 기념탑 등이 골격을 이룬다.

 이 가운데 특히 지난해 3월 축복식을 가진 지상 2층, 연면적 1365㎡ 규모 김대건 신부 기념관은 바다 위에 성인이 탔던 라파엘호가 떠있는 모습으로 지어져 시선을 모은다. 외관은 라파엘호를, 타원형 건물을 둘러싼 수반(水盤)은 서해를 상징한다. 또 외벽은 바깥 공기와 만나면 점차 적갈색으로 바뀌는 내후성 강판을 사용해 순교자의 피를 표현해냈다.

 기념관은 성당을 비롯해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사목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김대건관, 내포교회(대전교구)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내포교회관, 기증유품실(기획전시실), 소영상관 등으로 김대건 성인의 삶과 신앙을 교육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미사는 매일 오전 7ㆍ11시에 각각 봉헌, 지역공동체와 순례자들에게 '순교 신심'을 심어준다.

 개인이나 단체 100여 명이 한꺼번에 피정을 할 수 있는 솔뫼 피정의 집도 아늑하게 자리해 있다. 내포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고 가르치는 피정 프로그램은 현재 위탁ㆍ대관 피정을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 솔뫼를 출발, 합덕→신리 혹은 여사울에 이르는 총연장 9㎞ 구간의 '순례 피정'도 인기를 끈다.

 성지측은 대전교구가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는 2008년 새로운 형태의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공세리에서 삽교천을 배로 건너 구양도에서 내려 걸어서 신리→합덕→솔뫼에 이르는 수륙(水陸) 양도 도보성지순례다. 또 하나는 솔뫼에서 신리까지 9㎞ 구간을 2인1조 세발자전거로 왕복하는 자전거순례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들에게 내포교회의 역사와 호흡, 그리고 현대의 순교신앙을 전해주려한다. 피정 문의 : 041-362-5021

 피정 집을 나와 생가지 곁을 질러 솔밭으로 향한다. 지난해 10월말 소나무 가지치기를 해 그리도 무성하던 솔밭은 아니지만 수령 250년의 노송은 성인의 어릴 적 모습을 증언이라도 하듯 바람에 슬려 몸을 뒤튼다. 이어 1977년 대전교구 2대 교구장 황민성 주교가 글을 쓰고, 전뢰진(78) 홍익대 미술대 명예교수가 조각한 성인의 동상과 기념탑이 솔가지 사이로 몸을 내민다. 합덕 공동체 신자들의 성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빗돌에 기대 하늘을 보니 성인들의 푸르던 순교신심처럼 녹음 속에서도 짙푸르다.

 솔뫼성지에는 그러나 김대건 신부 기념관이나 생가, 피정 집 같은 건물만 있는 게 아니다. 솔뫼성지가 자리한 내포 들과 내에는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느님 섭리 속의 역사와 고통이 담겨있다. 그래서 솔뫼성지는 그 고통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한 내포 공동체의 고통과 순교신앙을 상징한다. 

 

▲ 김대건 성인 동상과 기념탑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성모자상이 세워져 성지에 들어서는 신자들이 기도를 바치며 성인과 성지를 체험하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내포교회, 김대건 성인과 신앙의 숨결

 김해김씨 안경공파 69대손인 김대건 성인의 가문이 내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성인의 10대조인 김희현이 아산현감을 역임하면서도부터다. 이어 9대조인 김의직이 충청병마절도사를 지내며 임진왜란에서 전공을 세우자 가문 대대로 내포에 토지와 벼슬을 보유하게 됐다. 사헌부 감찰과 통훈대부를 지낸 8대조 김수완 때부터 가문은 솔뫼에 거주했다.

 그 솔뫼는 1784년께 김대건의 조부 김택현이 백조부 김종현과 함께 '내포 사도' 이존창의 권유로 서울 김범우의 집에서 교리를 받고 입교하고 증조부 김진후도 입교하면서 '내포 신앙의 못자리'가 된다. 김대건 성인의 가문은 신앙을 받아들인 뒤 잦은 박해로 여러차례 투옥되고 고문을 받다가 가문 구성원 중에서 11위나 순교, 솔뫼는 '순교자의 고향'이 됐다.

 모방 신부가 쓴 「최 프란치스코, 최 토마스, 김 안드레아 신학교 입학 추천서 및 서약서」에 따르면, 김대건 성인은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 솔뫼 116번지에서 태어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기록문서는 김대건 신부의 출생지가 '솔뫼'라고 쓴 교회의 첫 공식문서다. 이 솔뫼에서 김대건 신부는 7살 때까지 살았다.

 김대건 성인은 1830년께 가족과  함께 상경했다가 경기도 용인 산중으로 피신, 신앙생활을 도모한다. 성인은 골배마실에서 신학생으로 선발돼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844년 만주 소팔가자에서 부제품을, 1845년 중국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한국 최초의 사제가 된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못돼 1846년 6월 연평도 인근에서 조선 관헌에게 체포돼 1846년 9월 순교한다. 이후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복자품에,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그러나 솔뫼는 김대건 성인 가족들이 떠난 이후 폐허가 됐다가 기근에 떠돌던 외지인들이 몇차례나 초가를 짓고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잊혀져간다. 이들은 생가지 일부를 밭으로 만들어 기와 조각을 골라내며 경작을 하다가 정착했다. 다만 그 집터가 과거 내포에 살았던 김대건 신부의 생가지라는 사실만은 내포 신자들에 의해 전해져왔다.

 이같은 교회 전승과 순교자증언록에 근거, 1906년께 합덕본당 주임 크렘프 신부는 현 성지 인근을 토지 매입했고, 1945년 페랭 신부는 현 김대건 신부 복자비 인근 토지를 매입해 성지 개발의 초석을 놓았다. 이어 6ㆍ25전쟁이 끝나면서 합덕본당 박노열 신부가 매년 신자들과 함께 솔뫼성지로 순례를 함으로써 오늘의 성지순례를 정착시켰다. 

 

▲ 지난해 3월 축복식을 가진 김대건 신부 기념관 성당 내부.

 

 #세계적 성지로 떠오르는 솔뫼

 솔뫼 성역화사업이 막을 올린 것은 1977년 정부 지원으로 김대건 신부의 생가지가 확보되면서부터다. 이어 1982년 솔뫼 피정의 집이 건립됨으로써 솔뫼성지는 '순교자 신앙 학교'로서 위상을 정립했고, 1998년에는 생가지가 충남 지정문화재 제146호 지정됐다. 2004년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드디어 김대건 성인의 생가가 복원되기에 이른다. 이어 2005년에는 김대건 신부 기념관이 건립됐고 이듬해에 축복식을 함으로써 솔뫼는 '순교자 신앙과 문화의 전당'으로서 그 위상을 다져나가고 있다.

 최근 충남 당진군이 내포문화권 개발사업 기본계획의 하나로 '솔뫼' 인근 우강면 송산리 일원 16만5290㎡에 성역화사업 추진에 들어감에 따라 솔뫼는 도약 기회를 맞고 있다. 일단 1차 사업으로 2008년부터 3개년계획으로 40억원을 들여 시설정비를 추진한다. 순례자 쉼터 건립과 함께 주차장 및 도ㆍ농직거래장 개설, 야외공연장 겸 제대 건립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김대건 신부가 중국을 오가며 탔던 배 라파엘호도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장기 발전계획인 2차 사업은 2020년까지 10년간 주변지역을 편입, 김대건 성인의 생애를 담은 50여 개 모형관을 건립해 미니어처를 설치하는 한편 청소년 수련관과 공원 등 편의시설을 마련, 문화복음화적 차원의 콘텐츠를 구축키로 해 세계적 성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성지측에서는 교구 설정 60주년(2008년)과 기해박해 170주년(2009년)을 앞두고 '조용한' 변화를 꿈꾸고 있다.

 김대건 성인의 아버지 김제준과 고모 김데레사의 신앙을 새기고 기해박해 당시 조선교회 공동체의 신심을 본받기 위한 '기해박해 관련 피정'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한국천주교회가 갖고 있는 교회 대형화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암호가 기해박해를 겪으면서도 공동체를 지켜낸 신앙선조들의 신앙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해박해를 성찰하고 조명하는 공간으로 솔뫼성지를 자리매김도록 한다는 게 윤인규(솔뫼성지 담당) 신부의 구상이다. 세계적 성지로, 문화복음화의 현장으로, 무엇보다도 오늘날 한국천주교회 문제를 성찰하는 터전으로 솔뫼 성지는 도약하기 위해 내연과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솔뫼성지 가는 길

 ▲대중교통=서울에서 출발할 경우엔 동서울터미널(하루에 2번)이나 남부터미널(하루에 6번)을 이용하면 된다. 타 지방에서도 합덕으로 오는 차편을 이용할 수 있고, 합덕터미널에서는 걸어서 20분, 택시로 3분 가량 걸린다. 대전에서는 동부터미널에서 천안→신례원→당진ㆍ합덕으로 진행하는 교통편을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서해안 고속도로 당진 나들목에서 합덕, 예산 방향으로 진행→32번국도 타고 15~20분 가량 가면 솔뫼 표지판이 보인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엔 남천안 나들목에서 천안→신례원→당진ㆍ합덕쪽으로 가면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