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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한국교회사80장면

(35)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

by 세포네 2007.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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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0월 25일자 가톨릭신문 1면

한국 교회 설립 이래 가장 큰 행사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150여 년 전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터전을 마련하고 독립 교구를 이룩한 목자들과 선조들의 위업을 기리며 그 높은 뜻을 오늘에 되새기기 위한 천주교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신앙대회가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장엄하게 펼쳐졌다.”(가톨릭신문 1981년 10월 25일자 1면 중에서)

신앙의 씨앗이 결실 맺어

광주의 비극을 목격한 그 이듬해인 1981년 10월 18일은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를 통해 내외에 교회의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을 맞아 여의도에서 장엄하게 거행된 신앙대회에는 80만명의 신자들과 500여명의 사제들이 참석했다.

“80만을 헤아리는 신앙의 인파가 여의도 광장을 입추의 여지없이 메운 가운데 오전 10시 막이 오른 신앙대회는 순교자의 피로써 이 땅에 심어진 신앙의 씨앗이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음을 그대로 입증하는 한편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교회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이룩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신앙대회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 “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사랑을 더 심화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열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특히 교황은 메시지에서 “이 기쁜 축제는 복음의 씨앗이 어떻게 한국 겨레의 마음에 뿌리를 내렸으며, 그 씨앗이 어떻게 자라서 꽃피어 신자들의 삶에 풍요로운 결실을 맺게 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며 경탄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특별 강론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에 대해서 자만하지 않고 민족과 사회 안에서 교회가 참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교회 지도자들이 가난을 말하면서도 가난하지 않고, 가난한 자와 약한 자들, 억눌린 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또한 교회 역시 다른 이익단체와 같은 생리를 지녀 자기 팽창에만 몰두하고 자기 만족에 빠져 사회의 구조악을 조장하지 않았는가”를 깊이 반성하자고 촉구했다.

김추기경은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는 분명히 수적 증가를 모든 면에서 이룩하고 있으나 이 사회를 밝히는 빛과 이 사회를 변혁하는 누룩의 구실을 과연 하고 있는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며 교회 지도자들이 부패를 연장시키는 방부제가 아니라 생명을 부패에서 보호하는 소금의 역할을 다하도록 반성하고 선도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신앙대회는 한국 천주교회가 박해의 피 위에 세워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신앙 집회였다. 이는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교회 안팎에 알리는 그 첫 신호였으며, 이후 한국교회는 200주년과 교황 방한 등 연속되는 대형 집회들을 통해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와 세계에 알림으로써 그 위상을 한껏 높이게 된다.

이날 대회에 이어 1984년 ‘이땅에 빛을’이라는 주제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일련의 사업들은 한국 교회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뤘다. 각종 기념행사와 정신운동, 기념사업과 사목회의 등은 선교 3세기를 여는 야무진 발걸음이었다. 더욱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80년대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방한함으로써 한국교회는 명실상부한 보편교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150주년 기념행사는 그 첫발걸음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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