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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성서주간 특집] 다시 살펴보는 새 '성경' 특징과 번역과정

by 세포네 2006. 11. 26.

본문에 충실한 첫 우리말 완역 성경

 

◀ 염수정(서울대교구) 주교가 「성경」을 인쇄할 가톨릭출판사 「성경」 전용 인쇄기를 축복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해 가을 정기총회 때 새 성경 간행을 발표하면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말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육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했다. 이로써 한국천주교회는 1784년 한국교회 창립 221년 만에, 그리고 1977년 개신교와 함께 「공동번역 성서」를 펴낸 이후 28년 만에 독자적으로 번역한 「성경」을 갖추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 최초 공용 신ㆍ구약 합본 성서인 「성경」에 대해 아직까지 많은 신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서주간을 맞아 「성경」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새 성경의 특징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배포한 「성경」에 관한 종합 안내서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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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번역ㆍ간행을 주도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위원장 권혁주 주교, 이하 성서위)는 애초부터 '본문에 충실한 교회 공용 번역본 완성'을 목표로 새 성경 간행 작업을 착수했다.

 성서위가 '성경 본문에 충실한 번역'과 '교회 공용으로 사용할 성경'이 두 가지 목표를 고집한 이유는 그간 한국 천주교회가 사용해온 「공동번역 성서」가 대중들의 이해를 돕도록 의역에 치중한 나머지 성서 본문의 내용과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성경의 두 가지 목표는 현실적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기가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본문에 충실하다 보면 우리말이 매끄럽지 못하고, 부드럽고 좋은 우리말을 중시하다 보면, 공동 번역의 예에서 보듯이, 불완전한 번역이나 오역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번역 위원들과 우리말 위원들, 합본 위원들과 실무진은 언제나 이 두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말이 아주 부드럽지는 못하다 해도 성경 본문 뜻을 제대로 옮기고, 아무리 본문에 짜 맞추어도 우리말이 되지 않을 때는 최소한의 가감으로 의미를 살려 옮겼다.그 결과 성서위는 '이 두 가지 목표에 어느 정도는 가깝게 다가섰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약성경의 히브리말 부분은 「마소라 본문」을, 그리스어 부분은 「괴팅겐 칠십인역」 성경을 대본으로 삼았다. 신약성경은 세계성서공회가 발행한 「그리스말 신약성경」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성경」은 이 3개 대본을 토대로 되도록이면 줄임말을 쓰지 않고 좋은 우리말을 찾아 쓰고, 맞춤법ㆍ띄어쓰기ㆍ구두점 등은 일반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를 따르며, 표제어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의 기준을 따랐다. 또 용어들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했고, 히브리어ㆍ아람어ㆍ그리스어 고유명사들은 최대한 음역(音譯)했다. 또 번역자의 자의적 해석은 최대한 피하고, 라틴어ㆍ영어ㆍ프랑스어ㆍ독일어 성경을 대조하며 가장 중립적 번역을 취했다.

 성경 각 책의 순서는 「새 대중 라틴말 성경」(Nova Vulgata)을 따랐다. 다만,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은 공동번역 개정판처럼 역사서 맨끝, 곧 에스테르기 뒤에 뒀다.

 먼저, 하느님 이름인 히브리말 "야훼"를 "주" 또는 "주님", 때에 따라서는 "하느님"으로 옮겼다. 예외로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 이름을 계시하시는 장면(탈출 3,15; 6,2 등)과 야훼라는 이름과 함쳐진 이름(야훼 이레, 야훼 니시 등)은 그대로 "야훼"로 썼다.

 성서위는 야훼를 "주님"으로 옮긴 이유로 △유일신을 믿는 우리는 옛날 다신교에 빠져있던 이스라엘인들과 달리 하느님의 고유한 이름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예의상 어른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 않으며 △우리 언어 관습상 많은 경우 이름을 부르지 않고 직책이나 칭호만 부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서위는 또 「성경」은 공식 전례에서도 쓰일 공용 성경이므로, 2000년 동안 하느님의 이름을 "주님"으로 옮겨 불러온 가톨릭 교회의 전례 전통에 따라 "야훼"를 "주님"으로 옮겼다고 덧붙였다.

 「성경」에서는 각 책의 제목도 몇가지 수정했다. 공동번역본의 '출애굽기'를 '탈출기'로 바로잡았다. '출애굽기'를 우리말 어법에 맞게 고치면, '이집트 탈출기'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엑소도스'는 과거에 한 번 이뤄진 이집트 탈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구약성서 시대에 제2이사야는 하느님 백성이 바빌론에서 귀향하는 것을 제2의 엑소도스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도서'를 '코헬렛'으로 바꿨다. 전도서라는 이름은 1장1절의 코헬렛이라는 히브리말에 기인한다. 코헬렛은 '집회 연사' '대변인' '수집가'등 여러 뜻으로 해석되나 그 뜻이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책 이름이자 동시에 본문에도 나오는 이 명칭을 일관성 있게 '코헬렛'으로 옮겼다.

 신약성서 서간 제목도 대폭 바꿨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디도에게 보낸 편지' '야고보 편지'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디도에게 보낸 서간' '야고보 서간'과 같은 표현으로 바로 잡았다.

 주교회의는 그동안 '성서'와 '성경'이라는 말(Biblia Sacra 또는 Sacra Scriptura)을 같은 의미로 써 왔지만, '서(書)'보다는 '경(經)'이 좀더 적합하다고 보아 '성경'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전례에서 공동 번역 성서를 사용한 뒤, '성서'라는 말이 익어 왔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처음부터 '성경'이라는 말을 써 왔다. '성경'이란 종교상 신앙의 최고 법전이 되는 책 또는 교리를 기록한 경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특히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서와 똑같은 의미로 써 왔다. 한편으로, 일반인들은 성경이라는 말에 더 익숙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는 성서라는 말이 더 친근하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는 어느 말이 옳고 그르냐 하는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리길재 기자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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