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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재조명한 연도의 종교문화적 가치

by 세포네 2006. 11. 19.

전통음악, 정서 스며든 민족 문화유산

 

◀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인 연도는 신앙심, 효사상, 공동체 정신, 그리스도교적 생사관이 녹아있는 한국교회의 자랑스런 문화자산이다. 사진은 연도경연대회 장면.

 

 

 

 천주교인 장례식장에는 으레 연도(煉禱)가 울려 퍼진다.

 슬픔에 빠진 상주는 물론 비신자 문상객들도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인 연도 가락에 마음을 실어 슬픔을 달래며 망자의 부활을 기원한다.

 연도는 한국 가톨릭 종교문화 가운데 가장 자연스럽게 토착화를 이룬 사례로 꼽힌다. 한국교회에서 170여년째 이어 내려오는 연도,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불려온 구연도를 분석해보면 엄청난 문화적, 전통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강영애(데레사, 46)씨의 한양대 박사학위 논문 '천주교 장례노래에 관한 연구'(2005년)를 중심으로 연도의 종교문화적 가치를 살펴본다.
 
 ▶연도는 언제부터 바쳤나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전통은 구약성경 마카베오서(2마카 12, 42)에서부터 나타난다. 연옥 영혼의 속죄와 부활을 청하던 유다인들의 기도 형태를 연도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도는 천주가사와 마찬가지로 박해시대부터 신자들 사이에서 널리 애창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주가사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음악적 특징이 연도와 유사한 데다 뮈텔주교 일기(1892년 5월16일)에는 "(쿠테르 신부 사망 때) 신자들이 하루 온 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끊임없이 연도를 바쳤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연도 기원은 조선말로 번역된 「천주성교공과」 편찬 착수시기인 1838년 전후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다.

 ▶음악적 가치의 재발견

 연도는 전통 음악어법으로 구성된 가락을 갖고 있는 데다 그 안에 민중정서가 스며있다.

 구연도는 △동음반복 △일자일음식 △상호 교환창 △4음 음계 계면조(슬픔보다는 부활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격렬하지 않은 선율) △시김새(밀어올리는 음, 흘러내리는 음, 흔드는 음) 등의 음악적 특징을 보인다.

 이 가운데 동음반복은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서정요나 천주가사의 자탄가에서 발견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서정적이기에 감정이입이 쉽다. 일자일음식은 언어(말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선율보다 의미전달에 무게를 두는 구조다.

 상호 교환창은 우리네 민요 가창방식으로 연도 리듬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제가 기도를 이끄는 게 아니라 대중이 계(○)ㆍ응(●)으로 주고 받는데 이는 노동요에서 보듯 공동체 의식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선율 형태는 한국전통음악에서 나타나는 메나리토리, 판소리, 장례노래 등에서 골고루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도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3(♪♩)ㆍ2(♩)박의 반복형 리듬구조를 유지한다. 자장가의 "자장자장(♪♩ ♪♩) 우리아기(♪♩ ♪♩)"와 같은 리듬형태다. 음을 밀어올리고, 흘러내리고, 흔드는(떠는) 3가지 시김새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연도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연도 가락에는 전통음악의 맛과 멋이 한껏 배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교나 유교 종교음악에서 사용하는 한문가사를 따르지 않고 우리말을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즉, 한글 보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강영애씨는 "연도 속에는 죽은 사람에 대한 슬픔과 기도하는 당사자의 갑갑하고 힘겨운 현 생활의 하소연이 북받치는 가운데 부활에 대한 기대와 공동체 배려가 복합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씨는 1991년부터 악보형태로 보급된 신연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악보화는 연도가락 보존과 전례통일이 장점인 반면 전통가락 왜곡과 단절이 우려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강씨는 신연도는 구연도에 비해 △음정 폭이 넓고 점사분음표(♩.) 이분음표(♩) 등을 사용해 서양음악 느낌을 주고 △시김새 중 밀어올리는 형태만 두드러지게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연도 토착화 방법으로 △개정 기도문은 그대로 두되 음절수에 따라 일정하게 표현되는 구연도식 낱말단위 리듬형 적용 △5음계를 사용하더라도 구연도 음정폭인 2도나 3도 유지 △시김새의 적절한 활용 등을 제안했다.  

 강씨는 "연도는 170여년간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전통음악과 문화를 흡수했다"며 "이는 세계 가톨릭 문화사에서 주목할만한 문화자산일뿐 아니라 민족 문화유산으로도 새롭게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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