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영광 보여주는 구원의 표징
◀ 성모 승천 교리는 장차 우리도 받게 될 하늘의 영광을 보여주는 구원의 표지다. 그림은 니콜라스 푸신의 '성모 승천'(1626년, 워싱턴국립갤러리). 그림 제공=한국교회사연구소
가톨릭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원죄없이 잉태'되신 분으로 '거룩한 동정녀'이며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충만한 영광에 참여하기 위해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아 '승천'했음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다.
'원죄 없는 잉태'가 구원의 첫 열매인 성모 마리아 신비의 출발점이라면 하늘에 올림을 받은 '승천'은 성모 마리아 신비의 종착점이다.
원죄 없이 태어난 분은 원죄에 물든 이들과 똑같이 죽음을 맞아 부패의 무덤에 머물 수 없다. 따라서 성모 승천은 마리아가 근원적으로 구원받은 분임을 의미한다. 아울러 장차 우리도 받게 될 하늘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므로 영원한 생명을 믿는 신자들에게 구원의 표지이다.
주지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 승천과 마리아 승천은 확연히 구별된다는 점이다. 그리스도는 신적 권능으로 스스로 승천했지만, 마리아는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 능력에 의해 하늘로 들어올림를 받았다. 그래서 성모 승천을 '몽소승천'(蒙召昇天), '피승천'(被昇天)이라고도 불렀다.
성모 승천은 마리아가 구원 역사 안에서 거룩한 동정녀이며 하느님 어머니로서 지니는 '특권'이다. 그러나 이 특권은 우리 자신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자신이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닮으면 닮을수록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되기 때문이다.
'성모 승천'이 신앙 교리로 선포된 것은 반세기에 불과하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년 재위)는 1950년 11월1일 희년의 '모든 성인의 날' 축일을 맞아 사도적 헌장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을 통해 "원죄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졌다"며 성모 승천을 교의로 선포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지시어 군주들의 주님이시며(묵시 19,16)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교회헌장」 59항)고 고백했다.
또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거룩한 동정녀의 승천은 당신 아들의 부활에 특별히 참여한 것이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앞당겨 실현한 것"(966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경에는 십자가 아래 계신 마리아(요한 19,25-27)가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성령이 오시길 기다리는(사도 1,14) 모습 이후 성모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그러나 초기 교회 공동체부터 성모 마리아가 지상생활을 마친 후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하늘로 들어올려졌다고 믿어왔다. 이 전승을 뒷받침하는 한 사건이 있다. 칼체돈 공의회(451년)를 소집한 로마의 마르치아누스 황제가 예루살렘의 세례자 유베날리에게 성모의 유해를 인도할 것을 요청했지만 성모가 하늘로 올림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 인근 발케르네에 성모 승천 기념 경당을 세웠다.
교회는 4세기께부터 성모 승천 축일을 기념해 왔다. 5세기 초부터 예루살렘에서는 해마다 8월15일이면 '하느님의 어머니(Teotokos)' 축일을 지냈다. 이 축일은 6세기께 '성모 안식 축일(Dormitio-일시적으로 잠에 떨어짐)'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8세기에 들어 '성모 승천 대축일'로 확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1970년 「미사경본」 개정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은 전야 미사가 있는 유일한 마리아 축일이 돼 마리아 축일 중 가장 중요한 날로 자리잡게 됐고, 한국 교회는 이 날을 의무 축일로 지내고 있다.
한편 한국 천주교 용어위원회는 2000년 「가톨릭교회 공식 용어집」을 간행하면서 '몽소승천', '피승천', '소천' 등의 말이 모두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 '성모승천'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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