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과 장애인 잇는 다리 될래요"
◀ 서품식장에서 서품후보 선발을 기다리는 박민서 부제 얼굴에 사제직에 대한 열망과 각오가 서려 있다.
강론과 기도는 물론 성가대의 아름다운 특송도 없는 부제서품식.
박민서(베네딕토, 38, 번동본당) 부제에게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제서품식은 '소리가 없는' 행사였다. 그는 청각장애인이다.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부제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에 취직한 그는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직장생활을 그만뒀다.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주위 사람들 우려대로 의사소통의 벽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다.
그때 서울 가톨릭농아선교회 정순오(서울 번동본당 주임) 지도신부가 그에게 사제 성소 길을 알려줬다.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신부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하며 마음으로 하느님 부르심을 들으려고 애썼다.
결국 그는 당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의 승낙을 받고 1994년 미국 뉴욕 성요셉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수업을 받았다. 수화로 신학을 공부할만한 곳이 국내에 없어 유학을 택한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 그것도 수화로 기초과정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2004년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한국에서 2년을 더 공부한 것을 합하면 다른 신학생보다 두배가 걸린 셈이다.
박 부제는 서품식 직후 수화를 통해 "건청인(건강한 청력=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며 "청각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부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은혜를 하느님께 돌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저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일입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람들 인식을 바꿔놓고 싶습니다. 또 청각장애인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열심히 전파하고 싶습니다."
박 부제는 "꿈을 이룰 때까지 하느님께 기도할 거예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부제를 위해 수화봉사에 나선 정순오 신부는 "박 부제는 참 똑똑합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해야 했어요. 박 부제는 신부가 되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 일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날 서품식에는 일본 나고야와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에서 청각장애 신자 9명이 한국 첫 청각장애인 부제 탄생을 축하하러 참석했다.
이힘 기자
'[가톨릭과 교리] > 가톨릭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 그리스도 복음 가르치는 '학교' (0) | 2006.07.16 |
---|---|
"주5일제 확대 따른 사목대책 절실" (0) | 2006.07.16 |
영육 건강 알뜰 피서를 위한 성당, 공소 민박 안내 (0) | 2006.07.08 |
비오 11세 비밀문서고 개방한다 (0) | 2006.07.07 |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몽골 5.신앙의 칭기즈칸을 꿈꾸며 (0) | 2006.07.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