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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마음가는대로

나무의 밀교 - 권영준

by 세포네 2006. 6. 8.



 
누군가 내게 보낸 봉인된 엽서들을
손에 쥐고 흔드는 저 나무의 애틋한 눈길은
천상의 우체부를 닮았다
지난 겨우내 썼다 지우고
지웠다 다시 쓴 생명의 시간,
나무는 수도 없이 잎들을 땅에 떨구며
자신을 버리고
한번 버렸던 잎들을 봄마다 다시 주워들어
지나는 이들에게 애타게 손을 흔드는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은 볕에 물들고
빈 나무의 풍요한 밀교를 기억한다
길을 가다가 살펴보면
나무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있다
미처 건네 주지 못한 숱한 사연과 온기들을
둥근 나이테 사이에 두툼하게 끼워 두고
새파란 우체통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다
자물쇠 없는 우체통에서
오래 잠들었던 내 사랑을 흔들어 깨울 때,
몸에서는 짙푸른 잎사귀가 돋아나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다가가
불쑥, 초록 손을 내밀어보는 것이다
 
 
 
                          나무의 밀교 / 권영준
 
 
Minuet -  유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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