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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가보고싶은 성당

[수원교구] 안양 중앙성당

by 세포네 2005. 10. 14.

◀  1. 밖에서 바라본 성당 전경. 기도하는 손 형상을 띄고 있다. 포도열매를 표현한 지붕은 포도가지를 상징하는 내부 가로기둥이 받치고 있어 성당 전체가 포도나무 의미를 지니며 하느님과 교회, 신자들의 일치를 나타낸다. 

2. 대성전 내부. 멀리 제대 위 빛의 근원지인 삼위일체 공간과 중앙 유리화가 보인다. 높이 서 있는 것이 예수 부활상. 수많은 가로기둥은 포도가지를, 격자무늬를 이룬 천장은 포도송이를 표현한 것. 

3. 성당 정문 정면에 있는 성모상. 단아하고 토속적 분위기가 현대적이고 이색적인 성당과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끈다.

 



기도하는 손 본뜬 성전 '안양 명물'

 지하철 1호선 안양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었을까. 상가건물과 시장, 주택단지가 혼재한 시내 한복판에 독특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한번쯤은 걸음을 멈춰 세웠을 법했다. 아니 멀리서라도 이게 대체 무슨 건물인가 궁금해 누군가를 붙들고 물어봤을 게다.

 눈길과 발길이 머무는 그곳은 안양 중앙성당(주임 정영식 신부).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627-75에 있는 성당의 이 독특한 외관은 양쪽으로 하늘을 향한 삼각모양이다. 설계자 김영섭(시몬, 건축문화연구소 소장)씨가 15세기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그림 '기도하는 손'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성당에 들어서는 이 누구나 기도하는 손 안에 머무는 셈이다.

 1954년 24평 목조건물로 시작한 중앙성당(당시 장내동성당, 1995년 현 이름으로 변경)은 1958년엔 명동성당과 같은 고딕형 성당을 목조로 지었다. 그후 건물이 오래돼 안전문제가 생기자 1991년 고건선 당시 주임신부 지휘 아래 건축에 들어가 지난해 새 성전를 완공했다. 안양 중앙본당은 그동안 비산동, 호계동, 명학, 석수동 본당을 분당시키며 안양의 모태성당으로 자리잡아왔다.

 겉모습에 이끌려 들어선 성당. 정면에 모신 단아하면서도 토속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성모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거대하고 이색적인 성당과 대조를 이뤄 한번 더 바라보게됐다.

 '성당 건물'로 들어갔다. 순간 아름다운 공연장에 온 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넓고 둥근 홀에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온 기분이었다.

 실제로 중앙성당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 1, 2층은 각종 전시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지하(우리문화소극장)는 연극이나 연주회를 위한 공간으로, 마당은 야외 음악회나 장터가 열릴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성당엔 늘 사람들이 많다. 신자들은 물론 안양시 각종 동호회나 시민단체들에게도 열려있는 성당은 최고의 명소다. 이로 인해 파급되는 선교 효과는 두말할 나위 없다.

 3층 '대성전'으로 향했다. 독특한 외양만큼이나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아!'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튀어나왔다. 호기심으로 들뜬 마음이 일순 숙연해졌다.  

 끝없이 높은 천장과 그곳에서 쏟아지는 빛. 두 팔을 벌리고 있어 곧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은 예수상, 좌우 십자가를 형상한 벽면. 그리고 수많은 가로기둥.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호를 긋지 않을 수 없었다.

 천천히 제대 앞으로 다가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가로기둥들이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3개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빛의 근원지다.

 또 다른 빛의 공간은 제대 뒤 중앙에 일직선으로 솟은 유리화.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유리화는 주님께로 나아가 승천하는 구원의 길, 바로 그 느낌이었다.

 대성전엔 십자고상이 없다. 대신 부활 예수상이 마치 강복을 주듯 서있다. 신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보며 항상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성당 내부 핵심 모티브는 '포도나무'. 가로기둥과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격자무늬는 포도가지와 열매를 나타낸다. 이는 성당지붕(격마름모꼴무늬)과 연결돼 건물 전체가 하느님과 교회, 신자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하 소성전으로 향했다. 신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이곳은 거룩함으로 압도하던 대성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따뜻하고 아늑했다. 누구든지 마음의 짐을 풀어놓고 편하게 앉아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을것 같았다.

 성당엔 둘러보는 곳마다 신자들이 있다. 밝고 활기찬, '살아있는 교회'가 저절로 느껴졌다. 성체조배실, 교리실, 각 단체실 등 신자들을 위한 공간이 많은데다 신자들이 성당을 내 집 드나들 듯 하기 때문. 24개 지역 9000여명 신자 중 1300여명이 단체장에서부터 구역반장까지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2001년 부임후 3년동안 매년 1000명씩 쉬는신자를 돌아오게 한 주임신부의 사목도 한몫했다. 주님의 포도가지에서 열매들이 탐스럽게 영글고 있다.  

 신자들뿐만이 아니다. 상시 운영하고 있는 무료 상담실엔 비신자도 많이 찾는다. 신앙상담뿐 아니라 법률,세무,민원,가정문제 상담까지 전문 상담원을 두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또 성당 옆 유치원 건물 지하에 2003년 10월 개관한 우리문화소극장은 안양 지역주민 중심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님의 거룩한 집이자 지역사회 중심 공간, 안앙 중앙성당에서 흘러나오는 모습이었다.

 성당 안내를 도맡아 준 정영식 신부는 "종교와 교회는 대사회적 차원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복음을 전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안팎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살면서 사회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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