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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27] 동족 3천명을 살해한 모세

by 세포네 200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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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광야였다.

 

어느날 야훼 하느님께서 부르셨다. “모세야, 시나이 산으로 올라오너라.” “왜요?” “내가 나의 백성을 가르치려고 훈계와 계명을 기록한 돌판을 너에게 주겠다.”

 

모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계약을 맺었다. 모세는 40일 동안 시나이 산에 머물면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쓰신 돌판 두 개를 주셨다. 그런데 광야에 머물던 이스라엘 백성은 산에 올라간 모세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자 술렁거렸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형 아론에게 몰려가 간청했다. “앞장서서 우리를 도와줄 신을 만들어 주시오.” 모세가 없어서 아론은 조금 망설였지만 백성들이 여간 보채지 않아 그들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러면, 너희 아내나 딸의 귀에 걸린 금고리를 가져와라. 그러면 내가 그것으로 금송아지를 만들어주마.” 드디어 아론이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아, 이 금송아지가 우리를 이집트에서 구출한 신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자!”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 앞에 번제를 드리고 친교제물을 바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정신없이 뛰어놀았다.

 

그러자 야훼 하느님은 화가 나셔서 모세를 불러 말씀하셨다. “모세야! 저 꼴을 봐라. 너의 백성이 꼴값을 떨고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 “금송아지를 만들어 절을 하고 숭배하고 있으니,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아니, 하느님 제발 거두어 주십시오. 화를 풀어주십시오. 그 옛날 우리 선조들과 하신 약속을 기억하셔서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이렇게 빕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이런, 고얀 것들쯧쯧.” 모세는 간신히 하느님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돌판 두 개를 들고 하산했다.

 

그 돌판은 하느님께서 손수 새기신 것이었다. 모세가 진지에 가까이 다가가니, 온 백성이 금으로 만든 숫송아지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난장판이었다. 우상숭배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보자 모세는 갑자기 미친 듯이 화를 내며 하느님께서 주신 돌판을 집어던져 깨뜨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숫송아지를 끌어다 불에 태워 재를 빻아서 가루를 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시게 했다.

 

마셔! 이놈들아, 하나도 남김없이.” 어떻게 보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모세는 레위 후손들을 모아 백성들을 살해할 것을 명령했다. 진지는 순식간 피가 강물처럼 흐르고 시체가 나뒹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렇게 죽은 이가 약 3000명 가량 되었다. 우리는 화가 나서 하느님이 주신 돌판을 깨뜨리고 동족 3000명을 살상한 모세를 성서에 나오는 의인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모세의 행동은 믿음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믿음이 좋은 성서의 의인 중 세상의 윤리와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죽어 마땅한 죄인도 많다. 하느님에게 있어 의인의 기준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

 

그래서 성서에 나오는 의인은 윤리와 도덕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믿음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세상의 눈으로 악인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손길을 믿고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참 의인이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인인 것이다. 사실 모든 이는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다. 그렇다고 도덕과 윤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초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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