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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서의인물(구약)

[19] 아버지의 편애 속에 자랐던 요셉

by 세포네 200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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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서 요셉처럼 아름답게 묘사된 인물은 드물다. 특히 요셉이 이집트 총리가 된 후 형제들과 화해를 하는 장면은 창세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요셉의 일생은 한편의 파란만장한 드라마와도 같다. 그런데 요셉은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의 미움과 시기를 받으며 자랐다. 결국 요셉은 형제들의 손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해 이집트로 팔려가는 비운을 맞는다. 왜 형제들은 요셉을 미워했을까?
그 이면에는 아버지 야곱의 유별난 편애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곱은 둘째 부인 라헬을 끔찍하게 사랑했으므로 그 라헬과의 사이에서 늘그막에 얻은 요셉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부모의 편애는 다른 자식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자식의 입장에서 가장 못마땅한 것은 차별받는 것이다. 그런 자식들은 부모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제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갖게 된다. 그리고 사랑 받는 형제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저 놈만 없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대하진 않을텐데….? 피해의식을 갖는 자녀들은 자신들이 사랑받지 못하는 원인을 대개 자신 밖에서 찾으려 한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자녀들은 서로 쉽게 동질감을 갖고 의기투합(意氣投合)하게 된다. 물론 자신들에게 이익이 있을 때 그렇다. 특히 자녀들에게 의식주에 관한 것을 편애하면 더 감정적, 자극적이 된다. 사실 사람은 먹을 것, 입을 것에서 차별받는 것처럼 수치스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 야곱은 요셉에게 장신구를 단 예쁜 옷을 지어 입히곤 했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뭐야, 저 요셉놈의 옷은 휘황찬란한데, 우리 것은 거지 옷처럼 너덜너덜하니…. 이거 원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겠나. 요셉만 맛나고 좋은 음식 먹여주고 우리는 아무렇게 해주니. 우리가 머슴인가? 우리 입은 입도 아니야…."

이렇듯이 어려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요셉은 자신은 남보다 더 사랑 받는 자라는, 다른 형제보다 우월하고 존귀한 존재라는 의식 속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셉은 다른 형제들의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대해 깊은 배려를 해주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아버지의 사랑을 더 받으려고 했을까. 어느날 그는 아버지의 두 소실인 벌하와 질바의 아들들에 대해 좋지 않게 고자질을 했다. 비록 이복 형제들이지만 요셉의 고자질은 그 밖의 다른 형제들 사이를 더 크게 벌려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요셉은 자신이 꾼 꿈을 거침없이 말하여 다른 형제들의 분노를 산다.

"형들 내 이야기를 좀 들어봐. 우리가 곡식단을 묶고 있는데 형들이 묶은 단이 내가 묶은 단에게 절을 하지 않겠어요? 또 한번은 해와 달과 열한개 별이 나에게 절을 하더군요."

인간의 불행은 뜻하지 않은 말 한마디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요셉이 별 생각없이 자랑스럽게 한 이 말 때문에 형제들은 그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자식, 우리에게 왕 노릇하고 주인행세를 할 셈이란 말이지.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걸…."

드디어 때가 왔다. 다른 지방에서 형제들이 양떼를 치고 있을 때 아버지의 명령으로 형들과 양떼의 안부 때문에 요셉이 파견되었다. 요셉을 보자 형들은 질투심에 불타 그의 옷을 벗기고 구덩이에 처넣는다. 그리고 요셉을 미디안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아 넘겼다. 형제들은 자신들이 당한 편애와 비참함을 그렇게 복수했던 것이다. 그들은 발가벗겨 노예로 팔려 가는 요셉을 보며 마음이 어떠했을까?

"요셉, 다 네가 네 구덩이를 판 거야. 우리는 잘못이 없어. 네가 없어져야 해. 목숨이라도 부지한 것을 고맙게 생각해…."  형제들은 아버지에게 요셉의 옷에 숫염소의 피를 발라 갖다 주었다. 그들은 애통해하는 야곱의 얼굴을 보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요셉은 처음으로 그렇게 형제들에게 배척받고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요셉의 형제들이 행한 처사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요셉과 특히 아버지 야곱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일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고통, 특히 부모로부터 받는 상처는 상상보다 심각하게 마련이다. 한평생의 삶을 좌우하기도 한다. 부모는 편애하는 마음을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사랑과 미움의 감정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허영업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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