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계 그리스도인에게 율법·할례 면제해준 사도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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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사도 회의는 율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해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과 할례가 거부되지 않듯이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은 율법과 할례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진은 1962년 10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요한 23세 교황 주례로 봉헌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미사 |
교회의 이방인 선교는 사도들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뤄졌다 했습니다. 복음서 저자이기도 한 루카는 사도행전 8―10장에서 이러한 관점을 제대로 서술합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이미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데카폴리스를 여행하면서 페니키아 출신 여인을 비롯한 이방인들을 차별 없이 치유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고 합니다.(마르 7,24-37)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준으로 복음 선포 대상을 구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중 열두 사도를 파견하시면서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명하십니다.(마태 10,5-7)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당부하시죠.(마태 28,19-20) 사도들은 이 선교 사명에 따라 갈릴래아와 예루살렘·팔레스티나 지역을 넘어 땅끝까지 복음을 선포합니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제한되었던 구원의 역사는 모든 민족에게로 펼쳐집니다. 이처럼 사도 시대 선교에 대한 교회의 인식은 선교 지역 확산과 비례해 확대됩니다.
모든 민족까지 구원이 확대되면서 ‘율법을 지키지 않고 할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이방계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생겨납니다. 바로 시리아 안티오키아 교회였죠. 율법과 성전으로부터 온전히 해방되지 못한 유다계 예루살렘 교회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어떤 사람들이 유다에서 안티오키아 교회를 찾아와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율법 준수와 할례를 요구하면서 논쟁을 벌입니다. 안티오키아 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오로와 바르나바, 그리고 이방계 그리스도인 몇몇을 예루살렘으로 보내 사도들에게 자문합니다. 이 일로 사도 회의가 열리게 됩니다.(사도 15,1 참조) 교회사 학자들은 사도 회의가 48~49년께 열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도 회의에서 예루살렘 교회에 속한 바리사이파 출신 유다계 그리스도인 몇이 이방인에게 할례를 베풀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사도 15,5) 베드로 사도는 그들에게 “우리도 감당할 수 없는 멍에를 왜 형제들에게 지우려 하냐”며 사실상 이방계 그리스도인은 율법을 지키거나 할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방계 그리스도인을 변론하는 베드로 사도의 명설교를 묵상해 봅시다.
“형제 여러분, 다른 민족들도 내 입을 통하여 복음의 말씀을 들어 믿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일찍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나를 뽑으신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화하시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믿습니다.”(사도 15,7-11)
베드로 사도의 설교가 끝나자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자신들의 선교 체험을 들려주면서 하느님께서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주신 일을 증언합니다.(15,12)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요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마르 6,3; 1코린 9.5 참조)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습니다.
의인으로 존경받고 야고보 서간 저자로 알려진 그는 먼저 아모스 예언서 9장 11-12절을 인용해 베드로 사도의 말이 예언자들의 말과 일치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 곧 말씀을 믿고 받아들인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자”고 호소합니다. 그는 이방계 그리스도인이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할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 △불륜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만큼은 멀리해야 한다고 중재안을 제시합니다. 그가 이방계 그리스도인에게 요구한 네 가지 금지 조건은 성찬례 도중 공동 식사를 할 때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도록 배려하는 선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사도행전 15장과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은 사도 회의 현장을 자세히 보도합니다. 사도 회의는 순조롭진 않았지만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과 할례가 거부되지 않듯이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은 율법과 할례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도 회의에서 이러한 결정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유다계와 이방계 모두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되려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었지요.(갈라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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