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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관현악곡 100선

관현악곡 100선 [20]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by 세포네 2023. 5. 14.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L.86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C. Achille Debussy 1862∼1918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환상을 표현한 관현악
드뷔시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초연 때 곡 해설에서 “나는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자유롭게 회화로 표현했다. 시 전체를 샅샅이 다룬 것은 아니고 하나의 배경으로 삼아 목신의 갖가지 욕망과 꿈이 오후의 열기 속을 헤매고 있는 공기를 그렸다. 요정은 겁을 먹고 달아나고 목신은 평범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꿈에 부푼 채 잠이 든다.”고 썼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드뷔시가 1892년부터 1894년까지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전주곡, 간주곡, 피날레의 패러프레이즈가 계획돼 있었다 한다. 그러나 전주곡이 완성되었을 때 나머지 두 곡은 사라져야 했다. 전주곡이 그만큼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이 곡은 1894년 12월 22일 국민음악협회가 파리 살 다르쿠르에서 초연했다. 이때 지휘는 귀스타브 도레가 맡았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디아길레프 발레 뤼스의 유명한 무용가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안무한 발레 초연은 1912년 5월 29일 샤틀레 극장에서 열렸다.
드뷔시의 세심하고 절묘한 관현악은 목신의 환상 속에서 펼쳐지는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장면을 그린다. 곡은 시의 내용을 대체로 따르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 설명이라기보다는 모호하여 포착하기 힘든 환상적이고 관능적인 꿈, 그와 같은 흐릿한 희열을 음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주요 주제가 플루트로 연주되는 첫 부분은 계속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발전시켜 나가며 가볍게 하프의 여운이 남겨져 여름날 미풍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준다.
이윽고 다시 플루트와 첼로가 나오면서 호른의 소리에 하프가 조용히 화답하며 여러 환상이 교차되며 정열적인 멜로디가 나온다. 목신의 환상적인 정념의 높이를 반영하듯 관능의 열기가 물결치고 이윽고 곡은 중간부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요정의 달콤하고 몽롱한 관능의 기쁨을 연상케 하는 주제가 목관에 나타난다. 또 다시 플루트의 선율이 계속되며, 이 같은 진행으로 마지막 제1주제가 현악기에 재현돼 나른한 기분으로 바뀌고, 하프의 하강 음형을 수반한 호른의 화음이 텅 빈 공허함을 절묘하게 표현한 뒤 다시 조용히 사라진다. 잠에 빠져드는 목신을 표현한 것이다.

목축의 신 '판(Pan)'은 요정 아익스와 제우스 사이의 아들이다. 그의 상반신은 인간 모습을 하고 있으나 하반신은 동물의 몸이다. 또 이마의 양편에는 뿔이 달려 있다. 판은 산림과 들의 신이기도 하고, 또 양떼나 양치기의 신으로서 작은 동굴 속에 살며 산이나 계곡을 배회하면서 수렵을 하거나 님프들의 무용을 가르치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시링크스'라는 양치기의 풀피리를 발명한 자며, 그 자신 그것을 잘 불었다. 숲속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 했다. 왜냐하면 그런 장소의 어둠과 적막은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미신적인 공포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아무런 명백한 원인이 없는 갑작스런 공포를 '판의 공포'라고 부른다.
이 신의 이름인 판은 '모든'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판은 우주의 상징, 자연의 화신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더 후세에 가서는 모든 신과 이교(異敎)의 대표로 생각하게 되었다. 실바누스와 파우누스는 로마의 신이었는데, 그들의 성격은 판의 그것과 흡사했으므로, 우리는 그들을 동일 신의 서로 다른 이름이라고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숲에 사는 님프들은 판의 춤 상대자였는데, 이것은 님프들 중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 밖에 시내와 샘을 지배하는 '나이아스'라는 님프들과, 산과 동굴의 님프인 '오레이아스'와 바다의 님프인 '네레이스'가 있었다. 이 세 종류의 님프들은 영원히 죽지 않았으나, '드리아스니' 혹은 '하마드리아스'라고 부르는 숲의 님프들은 그녀들의 거주처가 되고 또 그녀들과 동시에 출생한 수목이 죽으면 따라서 죽는다고 믿어졌다. 따라서 수목을 함부로 베는 것은 경건하지 못한 행위에 속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중벌을 받았다.
프랑스 시인 S. 말라르메의 장편시. 《반수신(半獸身)의 오후》라고도 한다. 116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시는 그의 장편시 《에로디아드》와 함께 프랑스 서정시의 최고수준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에로디아드》는 금발과 백석(白晳)의 알몸이 유동하는 냉엄한 겨울의 시인데 반하여 《목신의 오후》는 시인의 육감적 일면을 대표하는 타오르는 여름의 시이다. 즉, 들판에서 요정을 좇는 거칠면서도 순진한 반수신의 모습을 빌어 남성의 욕망이 연애의 몽상 속에서 전신승화(轉身昇華)하여 미의 추구가 되고, 음악예술 또한 지식에의 욕구로 변해가는 모습을 읊은 것이다. 처음에는 《반수신독백》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서의 낭독용으로 창작되었으나 1865년 가을 코메디 프랑세즈로부터 상연을 거절당하자 순수한 서정시로 퇴고하여 《반수신 즉흥》으로 개제한 뒤 《현대고답시집》에 투고하였으나 또 거절당하였다. 그 뒤 퇴고를 거듭하여 76년 친구인 마네의 삽화를 곁들여 자비로 출판하였다. C.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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