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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100선

[12] 베토벤 / 교향곡 9번 D 단조, Op.125 '합창'

by 세포네 2023. 4. 13.



     Symphony No. 9
in D minor Op.125
                                              "Choral"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합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교향곡 9번 ‘합창’은 바로 이런 시기에 만들어집니다. 초연은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어 궁정극장에서 있었지요.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연출한 영화 <카핑 베토벤>을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에 바로 그날의 초연 장면이 등장합니다. 물론 영화 자체는 픽션이지만 초연에 대한 묘사만큼은 당시의 상황을 매우 그럴 듯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그날 초연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던 까닭에 지휘봉을 들 수가 없었지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 미하일 움라우프(1781~1842)의 지휘봉을 따라가며 연주했습니다. 연주가 다 끝나고 객석에서 열광의 파도가 휘몰아칠 때, 누군가 객석을 향해 베토벤을 돌려세웠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알토 독창자였다고 하지요. 그때 베토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열렬하게 환호하는 청중의 모습, 그리고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손수건들이었다고 합니다.
‘합창’의 전체 연주시간은 약 70분입니다. 마음먹고 들어야 하는 대곡(大曲)입니다.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과 달리 매우 흐릿한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A와 E음이 오래도록 지속음으로 울려 나옵니다. 시작부터 이렇게 지속음을 끌고 가는 장면은 훗날 말러의 교향곡 ‘거인’에서도 나타나고, 브루크너의 교향곡에서도 빈번히 등장하지요. 신비하고 몽환적인, 뭔가 불안한 느낌이 감도는 도입부에 이어서 오케스트라가 총주가 매우 단호하고 장대한 느낌의 첫번째 주제를 연주합니다. ‘빰밤 빰밤’ 하고 터져 나오는 첫 주제, 잘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잠시 경과부를 거친 다음, 드디어 목관이 연주하는 두번째 주제가 등장합니다. 첫 주제가 장엄하고 생동감 있는 것에 비해 두번째 주제는 소박하고 정적입니다. 이 두 개의 주제를 염두에 두고 이후에 펼쳐지는 변화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그냥 마음을 맡겨도 좋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번째 주제를 장대한 분위기로 재현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

2악장 Scherzo: Molto vivace - Presto
1악장의 심각함을 완전히 뒤집는 스케르초 악장입니다. 현악기들이 급작스러운 느낌의 연주로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팀파니가 호방하게 막을 올립니다. 이어서 바이올린이 잘게 쪼개지는 듯한 음형들을 다소 빠른 템포로 연주하지요. 그 부분이 주제입니다. 그 주제는 2악장이 끝날 때까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팀파니가 옥타브 연타로 거기에 호응합니다.

3악장 Adagio-molto e cantabile – Andante Moderato – Adagio
철학자 호퍼의 아버지가 “숭고하다”고 말했던 바로 그 악장.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를 아련한 느낌으로 연주하면서 시작합니다. 관악기가 메아리처럼 간간히 울려 퍼집니다. 이어서 음악의 템포가 조금 빨라지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어울려 역시 아름다운 선율의 두번째 주제를 연주하지요.

4악장 Presto - Allegro assai
급격한 느낌의 프레스토 악장으로 들어섭니다. 관악기들의 소란한 음향이 한차례 울려 퍼지고, 첼로와 베이스가 뭐라고 말을 건네 오는 듯합니다. “자,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들어보십시요.”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에 등장하는 해설자의 레치타티보(recitativo)와도 같은 악구입니다. 이어서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 테마가 목관에 의해 잠시 나타났다가, 첼로와 베이스, 이어서 현악기 전체,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 총주로 점점 확장되면서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노래가 등장합니다. 베이스(바리톤이 부르기도 함)가 던지는 첫번째 노랫말, “오 벗이여, 이런 음들이 아니라네! 더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세”를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이 가사는 실러의 시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베토벤이 새롭게 첨가한 노랫말입니다. 합창은 “백만의 사람들이여, 포옹하라! 이 입맞춤을 전세계에!”라고 노래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을 내서 전체 악장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교향곡 9번의 벅찬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당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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