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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승천은 파견이다.

by 세포네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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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도행전에서 천사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서 있느냐?"고 말하는데

어찌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합니다.

 

스승이요 주님이신 분께서 하늘로 오르시는데

어찌 하늘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하늘로 올라가시니 이제 당신은 우리하고 끝입니다.'하고

제자라는 사람들이 매정하게 돌아서도 된다는 말입니까?

 

사실 승천축일을 지내는 우리는 사도가 아니라도 하늘을 봐야 하고,

더 나아가서 주님을 따라서 하늘로 올라가야지요.

그래서 오늘 미사의 본기도와 봉헌기도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올라가신 하늘나라에

그 지체인 저희의 희망을 두게 하소서."

"이 교환의 신비로 저희도 성자와 함께 하늘로 오르게 하소서."

 

그러므로 주님의 승천축일에

하늘나라에 희망을 두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하늘나라에 희망을 둬야 할 것이고,

하늘나라로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늘나라로 올라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사도행전의 천사들은 하지 말아야 할 말,

주님의 뜻과는 다른 말을 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은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그러니까 주님의 승천은 우리에게는 파견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하신 일들을 주님이 안 계신 지금

이제는 제자들이 이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하던 일을 아들이 이어서,

스승이 하던 일을 제자들이 이어서 하듯 그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을 성찰할 때 두 가지 극단을 보게 됩니다.

올바르고 건전한 신앙인이라면 하늘도 보고 땅도 봐야하는데

하늘만 보는 사람과 하늘은 보지 않고 땅만 보는 사람입니다.

 

먼저 하늘은 보지 않고 오직 세상살이만 몰두하는 사람을 보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볼 때 '지금 여기'만 보는 사람들이고,

지금 여기서 끝장보자는 자들로서 하느님 나라를 보지 않는 자들이며,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실현코자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자들입니다.

 

반대로 하느님 나라를 지금 아닌 죽고 난 뒤에나 가겠다는 사람이나

하느님 나라를 여기 아닌 하늘에서나 이루겠다는 사람은

패배주의적 현실도피자이고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하신

주님의 복음 선포와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거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참 그리스도교 신자이고 또한 프란치스칸이라면

하늘은 나중에 가고 지금은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가서 주님의 가르침을 가르치라는 오늘 주님 말씀대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민족들에게 가는데 먼저 지금 여기서 출발을 해야겠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위해 가는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지금은 지금 여기서,

나중엔 모든 민족에게,

더 나중엔 하늘나라로 . .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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