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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네 가지 가르침 품고 양 냄새 나는 목자의 길을 가라

by 세포네 2020.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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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 주일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에게 제시하는 네 가지 키워드

▲ 2020년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새 사제가 엎드려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며 고통을 마주하는데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 주일(3일)을 맞아 담화 ‘성소에 관한 표현들’을 발표하며 감사, 용기, 고단함, 찬미 네 단어로 성소의 여정을 설명했다. 이 표현은 2019년 본당 사제의 수호자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선종 160주년을 맞아 교황이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교황은 편지에서 사제들에게 전하는 감사와 사제 직무에 보내는 지지를 고통(고단함), 감사, 용기, 찬미로 표현했다. 교황은 올해 성소 주일에 이 표현을 다시 꺼내며 1년 전 사제들에게 전했던 감사와 당부를 성소자들에게도 보냈다.

성소 주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담화와 편지를 통해 제시한 네 가지 키워드로 사제가 추구해야 할 삶과 영성을 살펴본다.

 

감사

감사하는 마음은 겸손을 전제로 한다. 자기 자신을 앞세우는 마음에선 결코 감사가 나올 수 없다. 그렇기에 교황은 자아실현과 일의 성취가 “우리 노력에만 맡겨진 일도 아니고, 우리가 선택한 여정에만 달려있는 것도 아니다”고 분명하게 일깨운다. 또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임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교황은 “우리가 받은 모든 은총에 대해 깨달을 때 우리는 경탄하고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비로소 쇄신할 수 있는 생기를 주시도록 성령께 자신을 맡겨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감사는 언제나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감사로 무장한 사제들은 하느님께서보여주셨던 용서와 인내, 관용과 연민, 사랑과 너그러움, 연대와 신의를 신자들에게 실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교황은 “고통받는 형제자매 곁에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곁에 있어 주는 친밀함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없다”면서 “자기 형제자매들의 상처를 멀리하지 않고 직접 다가가 어루만지는 사제야말로 참으로 좋은 본보기”라고 했다.

감사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깨닫게 해주기에 삶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기뻐할 줄 아는 사제는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이 열려있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교황은 ‘한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노(老) 수도자’를 예로 들면서 “이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풍미가 더해지는 좋은 포도주와 같다”고 했다.

용기

교황은 사제들이 겪는 유혹과 절망을 열거하며 나약함을 인정하고 시련을 마주하고 대처할 용기를 주문했다. 교황은 “우리가 부름 받은 사명은 우리를 고통과 아픔, 오해에서 자유롭게 해 주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사명은 우리가 이를 직시하고 받아들이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사제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유혹으로는 개인주의, 폐쇄주의가 있다. 안전한 피신처로 도망가고 싶은 유혹이다. ‘인생이 다 그렇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와 같은 상투적인 말 뒤에 숨는 합리화는 올바로 가야 할 길을 잃게 만든다. 홀로 버려진 듯한 고독감이나 좌절감은 믿음을 마비시키고 불신과 의심을 키운다. 교황은 이러한 유혹을 ‘달콤한 슬픔’이라 불렀다. 슬픔 속에 감춰진 악마의 달콤함을 알아채지 못하면 ‘늘 그렇게 해왔잖아’라며 악과 불의를 점점 더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교황은 달콤한 슬픔이 엄습할 때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루카 22,32)는 주님 말씀을 기억하며 기도를 통해 달콤한 슬픔을 물리칠 용기를 얻을 것을 요청했다. 또 용기 있는 마음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주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동료 사제, 더불어 신자 공동체와 떨어져 지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고통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 누구나 크고 작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때론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타인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억울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을 ‘신비’로 받아들인다. 참회와 정화의 시간을 통해 고통 너머에 은총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이 전 세계 사제들에게 편지를 보낸 배경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제 성 추문 사건이 있다. 일부 사제들의 문제였지만, 결국 사제단 전체와 가톨릭교회 공동체를 향해 비난과 불신의 화살이 쏟아졌다. 묵묵하게 사목에 헌신했던 사제들은 분노와 좌절, 실망과 수치를 토로했다. 교황은 로마대교구 본당 사제들과 만난 자리에서 “끔찍한 죄들 앞에서 그리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하느님 용서 앞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는 겸손한 참회야말로 우리 성덕의 시작”이라며 “우리는 수모를 감내하며, 한결같이 목자로서 살아갈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릇된 행동과 잘못으로 인한 고통은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으로 치유해 나가야 한다. 교황은 사제들이 회개, 투명성, 진정성, 피해자와 연대라는 구체적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이를 통해 신자들이 겪는 여러 고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기를 거듭 당부했다.

찬미

교황의 성모 신심은 각별하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든 성모께 기도를 청하는 걸 잊지 않는다. 교황은 사제들에게 성모 마리아처럼 찬미하는 삶을 살기를 당부했다. “찬미에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열어주고 현재에 대한 희망을 되찾게 해주는 힘이 있다”면서 사제들이 이 노래를 부르도록 초대받았음을 일깨웠다.

교황은 성모 마리아의 찬미가 온유함에서 나온다며 ‘온유의 힘’을 강조했다. 냉소주의, 자기 연민, 엘리트주의적 태도가 가져오는 완고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은 온유다. 「복음의 기쁨」에서도 이를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온유한 사랑의 혁명이 지닌 힘을 믿게 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겸손과 온유가 나약한 이들의 덕이 아니라 강한 이들의 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강한 사람은 자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려고 다른 이를 홀대하지 않습니다.”(288항)

교황은 또 후회와 불평, 비난과 조롱이 우리 행동을 지배하려 할 때 성모를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 역시 성모를 바라보고 성모 눈길 아래 머무르는 시간을 즐긴다면서 “성모께서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막는 모든 티끌을 눈에서 씻어 주시어, 당신 백성 한가운데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기념할 수 있게 해주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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