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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하느님의 거대한 섭리 안에서

by 세포네 2020.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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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

한편 흩어진 사람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하였다.“

 

오늘 사도행전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느낌은 하느님의 거대한 섭리입니다.

각각의 것을 따로따로 보면 그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조각이나 일부가

마치 모자이크나 자수처럼 전체를 펼쳐놓고 보면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사건도 하느님의 전체 섭리 안에서 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모자이크나 자수를 보면 전체적으로 봐야 그림이 나옵니다.

한 부분은 그저 한 점에 불과하고 그래서 의미가 없습니다.

한 부분만으로는 의미가 없는데 전체적으로는 의미가 있고,

실로 그 한 점, 한 점이 없으면 전체 그림도 없습니다.

 

또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희고 밝으며 어떤 부분은 검고 어둡습니다.

그런데 나는 검고 어두운 것은 싫으니 모자이크와 자수가

희고 밝은 부분만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작가가 모자이크와 자수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지금 이 한 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생과 세계 역사의 위대한 작가이십니다.

우리가 한 생을 살아가면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고,

특히 고통스러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세계 역사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오늘 사도행전을 보면 스테파노의 죽음을 필두로

주님의 교회는 박해를 받고 신자들은 흩어지며,

이 과정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백성을 박해하는 데 앞장섭니다.

 

그 당시에는 이 박해의 의미가 무엇인지,

뿔뿔이 흩어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오로 사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초대교회 공동체가 풍비박산이 나고

주님의 양 떼가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봄철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퍼져 나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바오로 사도와 유대인들의 악행도

하느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과 섭리 안에서는

주님 교회가 퍼져 나가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야곱의 편애와 형제들의 시기 질투가 인간적으로는 악행에 불과하고,

결코 잘한 짓이라고 할 수 없는 거였지만 하느님의 거대한 섭리는

이런 악행들을 통해서도 이스라엘 집안을 구원하십니다.

 

물론 이런 구원 안에는 하느님 섭리를 믿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형제들의 시기 질투 때문에 상인들에게 팔려 가지만

결코 인간에게 팔려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 섭리에 자신을 맡긴 요셉이 있고,

인간의 박해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로 인해 신앙이 죽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대로 흩어진 곳에서 신앙을 퍼트린 신자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하느님은 거대한 모자이크 작가이고

하느님의 섭리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그림의 한 부분인데

이 사실을 인정하고 순응하는 사람이 있고

거부하다가 억지로 일부가 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행불행이 갈립니다.

섭리에 순응하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중에서

누가 행복하고 누가 불행한지를 아는 사람이 신앙인이고 우리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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