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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하산(下山)의 이유

by 세포네 2019. 9. 1.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우리가 내려옴은? 하느님 산에 오르기 위해!



          오늘 주님께서 윗자리에 앉지 말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윗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면 왜 앉지 말아야 할까?
          우리가 낮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면 왜 낮은 자리에 앉아야 할까?
           
          윗자리에 앉았다가 낮은 자리로 끌어내려지지 않기 위해서?
          낮은 자리에 앉으면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알려면 왜 인간은 윗자리를 차지하려는지 봐야겠습니다.
          왜 인간은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걸까요?
          사람들 간에 위아래가 없으면 안 될까요?
           
          사실 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위아래 따지기를 싫어하고 평등을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여전히 윗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윗자리에 앉음으로써 남위에 군림하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섬김과 존경과 사랑과 영광과 찬미를 받으려는 것이지요.
           
          윗자리에 앉으려는 것이 이런 것이기에
          우리는 즉시 이래서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남위에 군림하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래서 안 될 뿐 아니라
          그런 독재자를 힘이 있을 때는 떠받들다가도 언젠가는 끌어내립니다.
           
          설사 독재자가 권좌를 끝까지 지킬지라도 그런 독재자를 사람들이
          무서워는 해도 존경하고 사랑하고 영광과 찬미를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윗자리를 차지하려해서는 안 되는 더 큰 이유가
          우리 신자들에게는 따로 있습니다.
           
          앞에서 윗자리에 앉으려는 이유가 사람들로부터 섬김과 존경과 사랑과
          영광과 찬미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우리는 즉시 압니다.
          섬김과 존경과 사랑과 영광과 찬미는 하느님 것이지 사람들의 것이 아님을.
           
          아! 그렇습니다.
          그렇게 애써 사람들을 밟고 위로 올라가 윗자리에 앉으려는 것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자리를 인간이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 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 있는 것이며,
          하느님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위에 있는 것인데
          자기가 하느님이 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겸손해야 하고 내려와야 하는 것은
          우선은 우리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고,
          사람으로서 하느님 앞에 있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서 하느님의 산에 오르기 위함입니다.
           
          겸손에 대해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천하고 무식하며 멸시받을 자로 취급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높임을 받을 때도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종은 복됩니다.
          사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이지 그 이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편은 또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느님의 산으로 오를 이 누구인고?”
           
          하느님의 산으로 오를 사람은 하느님의 산으로 오르기 싶은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산으로 오를 사람은 인간의 산에서 내려와야 하고,
          인간의 산과 하느님의 산 사이에 있는 계곡과 심연을 건너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하산하게 되어 있고,
          지금 하산치 않으면 죽을 때라도 해야 합니다.
          다만 끌어내려올지 스스로 내려올지 선택해야 할 뿐입니다.
           
          같은 권고에서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자기 의지로 내려오기를 원지 않는 수도자는 불행합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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