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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미술이야기

(20) 성 소피아 성당의 성모자 모자이크화

by 세포네 2018. 11. 25.

성당 입구에는 지상 권력자, 천장에는 하늘의 주인

 

 

 


비잔틴 문화의 꽃, 성 소피아 성당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는 로마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교회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시기 교회에서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는 전례 공간인 성당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한 대로 관공서 같은 큰 공공건물을 성당으로 고쳐 사용했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들이 ‘바실리카’라 부른 이러한 공공건물은 내부 공간이 일자형으로 뻥 뚫려 있고 통풍과 채광이 잘돼 많은 신자가 모여 전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건축물이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오늘날 이스탄불로 불리는 고대 도시 비잔티움에 동로마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세우면서 비잔틴 문화를 꽃피웁니다. 비잔틴제국 아래에서 동ㆍ서양의 문화가 융합되면서 전례 공간의 형태도 신학적인 의미를 담아 바뀌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원형으로 짓거나 정사각형 건물에 흔히 ‘돔’이라 부르는 원형 지붕을 얹은 성당입니다. 로마 귀족들의 무덤에서 유래한 이 구조는 제대 아래에 성유물과 성인, 순교자들의 유해를 두고 기념하면서 점차 널리 퍼지게 됩니다. 이를 대표하는 성당이 예루살렘 골고타 언덕 위에 세워진 주님 무덤 성당입니다. 그리고 그 백미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입니다.

4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초대 교회의 전통을 따라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성스러운 지혜’(하기아 소피아), 성령을 ‘거룩한 평화’(하기아 이레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과 성령께 봉헌하는 한 쌍의 성당을 지어 ‘하기아 소피아’, ‘하기아 이레네’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이스탄불 성 소피아 성당 인근 톱카프 궁전 안에 성 이레네 성당이 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비잔티움에 지어 봉헌한 첫 번째 성 소피아 성당은 불타 사라졌고 지금의 성당은 532년 공사를 시작해 537년에 봉헌한 세 번째 성당입니다. 이후 돔(지붕)이 무너져 562년 새 지붕을 올려 1500여 년 가까운 세월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습니다. 비잔틴제국이 오스만제국에 패망한 후 모스크로 개조되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돼 많이 훼손됐지만 성미술 모자이크화로 표현한 고대 신자들의 신앙심은 변하지 않고 전해집니다.

브레포크라투사

성 소피아 성당에는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화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두 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인 ‘브레포크라투사’와 성모자와 두 황제가 있는 작품입니다. 먼저 브레포크라투사를 소개합니다. 이 모자이크화는 성 소피아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제대 위의 반원형 천장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 브레포크라투사는 황금색 모자이크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 황금 배경은 시공을 초월하는 영적인 하느님 나라를 표현합니다. 성모님의 얼굴은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우아하면서도 자비로우신 품성이 넘쳐납니다. 달걀형 긴 얼굴에 높은 이마, 온화한 눈망울, 좁고 곧게 뻗은 코, 작은 입, 성령을 받은 듯한 생기 넘치는 얼굴빛은 지극히 고귀하신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하늘의 모후이심을 상징하는 짙은 청색 옷을 입고 갖은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옥좌에 앉아 계십니다. 머리 뒤로는 지극히 존엄하신 분임을 드러내는 붉은색 후광이 빛나고 있습니다. 또 머리와 두 어깨에는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십자가 모양의 별이 새겨져 있습니다. 성모님은 오른손으로 아기 예수의 어깨를 감싸고, 왼손으로는 아기 예수의 무릎을 살포시 잡고 계십니다. 사랑스럽고 자애로운 모성을 느낄 수 있는 자세입니다. 예수님을 감싸고 있는 성모님의 이러한 모습은 주님의 수난 때, 특히 무덤에 묻히시는 그리스도를 안고 애통해 하는 모습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주님의 강생과 수난, 그리고 부활이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의 연속된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두 황제가 있는 작품

또 다른 작품은 성 소피아 성당 서남쪽 입구에 있는 모자이크화입니다. 성화상논쟁이 마무리되고 제작된 9세기 말~10세기 작품으로 가운데 성모자상을 두고 두 황제가 콘스탄티노폴리스와 성 소피아 성당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채를 들고 있는 이가 콘스탄티누스 대제이고, 성 소피아 성당을 들고 있는 이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수호성인입니다. 625년 페르시아와 아바르족이 이 도시를 침공해 성벽이 무너지려는 순간 성모께서 발현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구했다는 전승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성 소피아 성당처럼 비잔틴 시대 성당에는 자리에 따라 성미술 도상이 다르게 배치됐습니다. 성당 내부와 천장은 하느님 나라로 표현되었고, 성당 입구와 현관에는 지상의 나라를 나타내는 현세적인 도상이 장식됐습니다. 그래서 성당 입구에 세상의 권력자인 황제의 그림이 성모자상과 함께 한 틀 안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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