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는 이탈리아 북부 토스카나 지역에 위치한 도시다. 이곳이 사람들 귀에 익숙한 것은 피사의 사탑(斜塔) 때문이다. 원래 사탑은 피사 대성당의 광장에 있는 종탑인데 건축 초기부터 기울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탑을 보기 위해서 피사를 찾곤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피사 대성당’(Duomo di Pisa)이다. 대성당은 넓은 광장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에는 원형의 세례당과 사탑, 박물관과 묘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피사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립됐지만 토스카나 지역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 양식도 포함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성당은 1064년부터 1092년까지 29년에 걸쳐 건립됐다. 성당의 기본 설계는 대부분 부스케토(Buscheto)가 했으며 성당 확장과 정면 설계는 12세기 초에 레날도(Rainaldo)가 맡았다. 1118년에 축복식을 거행했지만 1595년 대화재로 크게 파손됐다. 화재 이후에 다시 성당을 재건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성물로 성당 곳곳을 장식했다.
제단 위 반구형 벽면은 치마부에(Cimabue, 1240~1302년경)의 ‘전능하신 그리스도’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1302년에 제작된 것으로써 치마부에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양 옆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한 사도가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고 있다. 제단의 왼쪽에는 르네상스 시대 조각의 거장인 조반니 피사노(Giovanni Pisano, 1250~1315년경)가 만든 대리석 설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대성당은 라틴십자가 형태의 평면으로 건립됐는데 십자가가 교차하는 부분 위에 타원형의 거대한 지붕이 장식돼 있다. 지붕 내부에는 구름 위에 앉으신 성모 마리아께서 성인들과 함께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나라로 오르시는 ‘성모승천’(1627~1631년)이 장식됐다. 피사 출신의 화가 오라지오(Orazio)와 리미날디(Girolamo Riminaldi)가 납화법(蠟畵法·encaustic)으로 그린 이 작품은 매우 화려하게 빛난다. 피사 대성당의 본래 이름이 ‘성모 승천 대성당’이기 때문에 이 주제를 그린 것이다.
대성당의 서쪽 출입구 가까운 곳에 원형의 ‘요한 세례자 세례당’이 우뚝 서 있다. 세례당이 성당과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은 세례성사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비로소 성당으로 들어가 신앙생활을 하며 기나긴 신앙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세례당 한 가운데는 조반니 피사로가 만들고 조각한 아름다운 세례대가 있다.
대성당 북쪽에는 회랑형 건물인 콤포산토(Composanto)가 있고 그 안에는 잔디 정원이 있다. 죽은 자들이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청하며 만든 사각 형태의 무덤 건물이다. 회랑의 통로에는 석관과 묘지 조각품이 전시돼 죽은 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해 준다. 또한 벽에는 생명과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프레스코가 걸려 있다. 이곳의 모든 작품은 죽음이 인간의 마지막 종착지가 아니라 하느님의 품이 영원한 안식처라는 것을 알려준다.
성당 동쪽 곁에 원형의 대리석 종탑이 우뚝 서 있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탑은 1173년에 보나모 피사노(Bonamo Pisano)가 설계했다. 탑의 높이는 58.36m, 지름은 15m이며 8층으로 건립됐다. 꼭대기 층에는 7개의 종이 걸려있는데 이것은 교회의 7성사를 상징한다. 이 탑은 건립되던 때부터 지반의 약화 등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해 오랜 세월동안 바로 세우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최근에는 탑 주변에 지반 보강 공사를 해서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현재 이 탑은 5.5도 기울어진 상태로 멈춰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피사 대성당 광장에는 두 개의 빼어난 부속 박물관이 있다. 사탑 옆에는 대성당 부속인 두오모 박물관(Opera del Duomo Museum)이 있는데 이곳에는 교회의 가장 오래되고 값진 조각과 전례용품, 제의와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성당 남쪽의 시노피에 박물관(Sinopie Museum)에는 교회와 관련된 프레스코의 밑그림과 습작들이 벽면 가득히 전시돼 있다.
피사 광장에서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고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는 대성당과 세례당 그리고 종탑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종탑은 기울어진 채로 천년 가까이를 버티고 서 있다. 온갖 비바람과 세월의 무게에 짓눌렸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 보인다. 또한 그 사탑을 바라보면 그 탑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려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던 무수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부족하고 불완전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탑을 세우려한 사람들의 갸륵한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도 230여 년이 됐다. 이제 우리 교회에도 세월의 고단한 흔적을 간직한 건물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을 내어주며 우리를 품어 주었던 어머니같은 성당과 수도원 그리고 교회의 건물을 이제 우리가 보살피고 보듬어야 할 때가 됐다. 기울어진 종탑은 피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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