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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교회의 보물창고

(36) 프랑스 루르드의 ‘성모 성당’

by 세포네 2017.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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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00만 명 순례객, 치유 간절히 바라며 전구 청해

19세기 건립된 두 성당, 묵주 든 성모 표현
지하에는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성당도 자원봉사자들이 몸 불편한 순례객 도와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성당’과 ‘
로사리오 대성당’ 입구.
 

프랑스의 루르드는 포르투갈의 파티마, 멕시코의 과달루페와 함께 세계 3대 성모 성지로 꼽힌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서쪽 피레네 산맥의 해발 400m 산골에 있어, 다른 성지에 비해서 아담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는 1만5000여 명이 거주하지만,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약 500만 명의 순례객으로 인해 장사진을 이룬다. 성지 내에는 루르드 보물관과 고해소, 대성당과 경당, 성모동굴과 기적의 샘물 등이 있어, 신자뿐 아니라 많은 병자들이 찾아와 성모님의 전구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병이 치유되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를 바치곤 한다.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에서 성모님은 14살 소녀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18차례나 발현하셨다. 그때 성모님은 흰 옷을 입고 파란색 허리띠를 두르고 하얀 수건으로 머리를 감쌌으며, 팔에는 묵주를 걸치고 발아래에는 노란 장미가 있었다고 한다. 성모님은 “나는 원죄없는 잉태다”라고 하시며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성모님의 발현은 1854년 비오 9세 교황이 반포한 ‘성모님의 원죄 없는 잉태’ 교의를 확인시켜줬다.

아홉 번째 발현 때는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으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그 샘에서는 물이 나오고 순례객들은 물에 몸을 담그고 씻는다. 이 샘물은 질병의 치유를 염원하는 병자들에게 기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순례자들에게는 내적인 치유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베르나데트는 성모 발현을 교회에 알렸고, 1862년에 타르브교구장 로랑스 주교가 인준함으로써 루르드는 교회의 공식적인 성모 성지가 됐다. 이후 프랑스와 유럽 각지에 있는 신심 깊은 신자들이 이 골짜기를 찾기 시작하자, 성당 건립이 필요하게 됐다.

‘로사리오 대성당’ 내부.
 

광장에서 바라보면 뒤편에는 1876년에 뾰족 종탑의 고딕양식으로 건립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성당’이 있다. 바로 그 성당 앞에는 1889년에 완공된 신비잔틴 양식의 ‘로사리오 대성당’이 있는데, 이곳 정문은 아치형으로 매우 화려하다. 이 성당은 묵주를 팔에 걸고 나타나신 성모님을 형상화해 지었는데, 내부는 묵주기도에 나오는 주요 장면이 빛나는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이 두 대성당 앞에는 성모 신심과 관련된 각종 야외 전례 행사를 할 수 있는 드넓은 광장이 있다. 또 광장 지하에는 성모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1958년에 콘크리트로 만든 ‘성 비오 대성당’이 있다. 이 성당의 길이는 200m, 폭은 81m로 2만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데, 예수님을 상징하는 물고기 또는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밀 모양으로 설계됐다. 특히 이 성당을 지하에 지음으로써, 지상의 광장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은 점이 매우 돋보인다. 지하 성당은 수많은 순례객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거나 성체조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루르드에서는 많은 순례객이나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다양한 봉사자를 볼 수 있다. 어떤 봉사자들은 순례자들이 마사비엘 못에 몸을 잘 담글 수 있도록 같이 물속에 들어가 도와주기도 한다. 또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거나 광장을 가로 질러 갈 때도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한다. 광장에서 성모 신심행사가 진행되거나 지하경당에서 성체조배가 이루어질 때도, 봉사자들은 언제나 장애인들 곁에 머물며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성 비오 10세 대성당’에서의 성체 조배.
 

이런 모습을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웃 사랑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깨닫게 된다. 건강한 사람에게 교회에서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겠지만, 장애인에게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루르드 성지 관계자나 봉사자들은 장애인들의 몸과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찾아서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점점 노령화되고 그에 따라 교회도 노령화되는 추세여서, 노약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배려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성당이나 교회 건물에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나 계단 없는 통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특별한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회의 노약자들에 대한 편의 시설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 보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최근에 건립된 성당이나 교회건축마저도 여전히 젊고 건강한 사람들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들의 성당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과 안전시설이 더욱 확충돼야 한다.

또한 교회에서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봉사자의 양성도 매우 필요하다. 오늘날 루르드에 수많은 장애인이 찾아와 기도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은, 그들만큼이나 많은 자원봉사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자들이야말로 루르드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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