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 쿰란 문서 전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간다. 그곳에는 예수님과 관련된 성지가 즐비하다. 예수님의 고향인 나자렛과 공생활의 주요 장소인 갈릴래아 호수 주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묻히신 예루살렘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리스도인에게, 이스라엘은 언제 찾아가도 마음 설레게 만드는 곳이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성경의 무대인 이스라엘에서는 성지와 함께 많은 유적지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적지는 허물어져 있고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곳에 있던 많은 유물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이스라엘 곳곳에서 발굴됐던 대부분의 유물은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국립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박물관은 1965년에 설립됐고, 부속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이 큰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곳은 연간 800여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고고학박물관으로 꼽힌다.
이스라엘 박물관에는 중동 여러 나라의 고대 유물, 고문서와 성경 사본, 유럽 예술품과 현대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의 정원에는 기원전 66년에 로마가 예루살렘을 파괴하기 전에 있었던 건물과 제2성전의 모형도 있다.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성서의 전당’(The Shrine of the Book)이다. 이 건물은 쿰란 문서(Qumran scrolls)를 담았던 항아리 형태를 하고 있다. 외관은 항아리 뚜껑 형상으로 지어졌는데, 주변에서 물을 뿜어 마치 분수대처럼 보인다. 또 전당의 3분의 2는 지하에 묻혀있고 나머지만 지상으로 나와 있어 매우 낮은 인상을 준다.
전당 안의 통로와 전시실도 쿰란 문서가 발견된 동굴처럼 만들었다. 통로 곳곳에는 문서를 담았던 항아리와 잔, 접시와 등잔 등을 전시해 쿰란 공동체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전당의 한가운데 둥근 전시대가 있고 그 안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인 쿰란 문서가 전시돼 있다.
쿰란 문서는 1947~1956년까지 사해 북서 연안의 쿰란 주변 11개 동굴에서 발견된 850여 종류의 수사본이다. 20세기 최대의 고고학적 발견이라 불리는 이 문서는 1947년 봄 베두인족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그는 쿰란 근처에서 가축을 돌보던 중, 잃어버린 염소를 찾다가 동굴에서 항아리 속에 든 두루마리를 발견했다. 이 첫째 동굴에서는 이사야서, 공동체 규칙서, 전쟁 규칙서, 찬양 시편, 하바꾹 주해, 창세기 외경 등의 문서가 발견됐다. 그 후 1956년까지 고고학자들과 베두인들이 11개 동굴에서 다양한 문서들을 추가로 찾았다. 쿰란 문서는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쓰였다. 대부분의 문서는 히브리어나 아람어로 쓰였으며 그리스 문서도 있었다. 이 문서는 기원전 3세기 혹은 2세기 초에서 서기 1세기 초반 사이에 필사된 것으로 밝혀졌다. 쿰란에서 발견된 구약성경 사본은 성경의 형성과 본문의 역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또한 이 문서는 요한 세례자와 예수,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신약성경 연구를 위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처럼 소중한 쿰란 문서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이스라엘 박물관 입구 쪽에 ‘성서의 전당’을 만들었다. 이 건축물은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어서 흥미를 더해준다. 건물의 외관은 빛과 어둠, 선과 악을 표현하기 위해 단지 뚜껑 모양의 흰색 지붕과 근처에 직사각형의 현무암벽을 세웠다. 흰 지붕 주위의 커다란 네 모퉁잇돌은 성전 제단의 네 귀퉁이 돌을 표현한 것이다. 지붕 위로 쏟아지는 분수대의 물은 쿰란 문서가 생명의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발견된 곳이 사해 근처의 물가라는 것을 알려준다. 내부의 긴 통로는 문서가 발견된 쿰란 동굴을 상기시켜 준다. 원형 전시관의 형태는 모세오경인 토라(Torah)를 넣어둔 보관통을 본뜬 것이며, 그 안에는 동굴에서 발견한 이사야 66장 전권이 전시돼 있다.
‘성서의 전당’은 이스라엘 박물관 가운데서 쿰란 문서와 관련된 여러 상징성을 가장 잘 담은 건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전당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건축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전반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이 전당처럼 상징적인 요소를 강조한 성당이나 교회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배나 돛을 형상화한 건물 등이다. 교회를 세상에 떠있는 구원의 배로 여겨 그와 같은 형상의 건물을 짓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외형의 상징성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성당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적인 상징성이 성당 건물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아름답고 거룩하게 표현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교회 건축에 어설프게 상징을 사용하거나 남용하면 주변 건물과 아무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매우 이질적으로 비쳐지게 된다. 그런 교회 건축물이 이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전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교회 건물의 외형을 어떤 상징과 잘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당을 만든 사람들처럼 머리를 맞대고 깊이 연구하며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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