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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두 개의 문을 중심으로 본 근대 한국천주교회사

by 세포네 2014. 8. 3.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 8일~10월 31일 서울역사박물관서 열려… 230년 역사 아우르는 최대 순교 유물전

85일간의 한국 천주교회사 대탐험의 장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와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울역사박물관은 오는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서소문ㆍ동소문 별곡’ 특별전을 연다.

 

 

 


한국 천주교회사를 집대성한 사상 최대의 대규모 기획 전시로 기록될 특별전에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고문서고와 교황청 민속박물관,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등 해외 소장 유물과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와 한국교회사연구소,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등 국내외 30여 개 기관의 유물 등 300여 건이 출품된다.

 

특별전은 18∼19세기 천주교와 봉건사회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던 처형장 서소문 밖 지역의 장소성과 순교성지로서의 교회사적 역사성을 돌아보고, 동소문 일대에 자리했던 성 베네딕도회 서울 백동(현 혜화동) 수도원의 활동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한국학 발전 과정을 조명하는 자리다.

애초 이 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준비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서소문 역사공원ㆍ순교성지에 조성할 역사박물관의 유물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기획됐으나, 교황 방한과 맞물리면서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문화분과와 함께하는 문화행사로 열리게 됐다.


특별전은 서소문 별곡과 동소문 별곡으로 나눠 열린다. 서소문 별곡전엔 ‘황사영 백서’와 1811년 유진길(아우구스티노) 등 조선 신자들이 교황 비오 7세와 중국 북경교구에 보낸 ‘신미년 서한’ , 조선대목구 설정 소칙서와 초대 조선대목구장 임명 칙서,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 교령, 비오 11세 교황 교서 등이 전시된다. 또 북경교구에서 구베아 주교가 인류복음화성 장관에게 보낸 1790년 10월 6일 자 보고서,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여행기와 사목서한, 모방 신부 서한, 유진길(아우구스티노)와 조신철(가롤로), 김 프란치스코가 연명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와 교황에게 보낸 편지 등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정약용(요한)의 「목민심서」와 서학서, 성호학파와 천주교 가문 계보 및 관련 자료, 금교령과 박해ㆍ순교 자료, 통상조약문과 개항자료, 뮈텔 주교 일기 등이 출품된다. 이와 함께 서소문 밖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줄 CG 영상과 서소문 밖 행형지 복원 모형 및 항공사진, 시복을 앞둔 124위 그림과 103위 성인화도 출품된다. 103위 성인을 상징하는 103개의 플라스틱 구슬, 시복이 결정된 124위를 상징하는 124개 구슬, 형광 도료 등을 합쳐 만든 순교 상징 조형물 ‘영광(Glory)’ 등도 설치된다.  

동소문 별곡전엔 동소문과 관련한 조선시대 고지와 근대지도, 1900년 전후 사진, 성균관의 옛 건물 구조와 배치를 보여주는 ‘태학계첩’(1747), 성균관과 반촌 관련 유물, 백동수도원 건립 후보지 측량 도면과 서신, 백동수도원 관련 유물, 서적 및 사진류, 십자가 및 성작, 옛 성당 벽화, 의례용 모자, 목공예ㆍ금속공예 작품 등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람료 무료. 전시 문의 : 02-724-0274∼6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서소문순교성지·역사공원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

 

▲ 원종현 신부


“명실공히 한국천주교회 설립 이래 최대 순교유물전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오는 8일 개막할 ‘서소문ㆍ동소문 별곡전’을 앞두고 만난 서울대교구 서소문순교성지ㆍ역사공원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는 “이번 특별전은 서소문역사공원에 조성할 역사박물관 유물을 확보하고자 기획했지만, 때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오시는 즈음에 전시를 열게 됨으로써 뜻한 것 이상으로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 신부는 이번 특별전이 주일학교 청소년들과 젊은 신앙인들에게 우리 한국 천주교회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성인 신자들이 순교영성을 함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국 천주교회 230년 역사를 아우르는 최초, 최대의 특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복음의 기쁨」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기쁨을 주셨듯이 이 전시가 교회사에 대한 신앙적 성찰뿐 아니라 민족사의 맥락 안에서 인간 존엄과 자유, 평등이라는 근대사적, 정신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원 신부는 그래서 “이번 특별전이 신앙의 뿌리와 영성을 돌아보고 ‘피의 박해’로 얼룩졌던 시대와 화해하는 자리가 되고 시민사회에 이를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시가 기획되는 동안 염수정 추기경님을 비롯해 서울대교구 사제단과 박물관 관계자들이 함께한 10차례 간담회에서 모두가 깊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유물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고 또한 전시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원 신부는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교황 방한 1주년이 되는 2015년 가을에 바티칸박물관에서 같은 전시를 개최해줄 것을 서울대교구와 서울역사박물관에 제안해와 검토 중”이라며 “한국 순교 관련 유물 전시회가 바티칸에서 열릴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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