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한걸음 도심속에서 걷네
순교자들 신앙 따라 발자취 따라
‘말씀’, ‘생명’, ‘일치’ 세 가지 코스의 길로 구성돼
순례길마다 성지 역사 이야기 수록된 팜플렛 배치
사도좌 축복도 받고 지정 본당·성지서는 전대사 받아
서울대교구가 신앙의 해 순교자성월을 맞아 ‘성지순례길’을 선포했다.
한국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 성지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좌포도청 터와 우포도청 터 등이 포함됐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길이지만 현대인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길, 일상의 안락함과 편안함은 찾을 수 없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순교자들의 영광을 만날 수 있는 오롯한 길을 위해서 여행을 시작해보자.
■ 말씀, 생명, 일치의 길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공식 코스는 모두 세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에서 시작해 명동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말씀의 길’ 1코스와 가회동 성당에서 시작해 중림동 약현성당, 경기 감영터로 향하는 ‘생명의 길’ 2코스, 마지막으로 절두산 순교성지와 삼성산성지를 연결하는 ‘일치의 길’ 3코스가 그것이다.
성지순례길의 백미는 도심 한 가운데서 순교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명동성당과 중림동 약현성당, 절두산 순교성지, 새남터 성지 등 익히 알려진 성지뿐 아니라 광희문, 의금부, 전옥서, 좌우포도청, 형조 터 등 평소 자주 지나가던 길이지만 의미를 알지 못했던 곳까지 포함돼 있다.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 위치한 광희문은 북쪽의 수구문으로, 서소문과 함께 도성 안의 시체를 성 밖으로 운반하던 곳이다. 시체의 문이라는 뜻에서 시구문(屍口門)이라고도 불렀다. 짐짝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참수 치명한 순교자들의 시신이 이곳 광희문을 통해 버려졌다. 1846년 병오박해 때는 포도청에서 교수형을 당한 김임이 데레사, 우술임 수산나, 정철염 카타리나 성녀의 시신이, 1867년 송백돌 베드로의 시신이 버려졌다.
옛 단성사 자리와 광화문우체국과 일민미술관 사이에 각각 위치한 좌·우 포도청는 한국천주교회가 창설된 후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해 내는 일을 한 곳으로,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이승훈 베드로가 이벽, 정약용, 권일신에게 첫 세례를 거행한 이벽(세례자요한, 1754~1785)의 집 터는 수표교 인근으로, 서울대교구가 2011년 기념표석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위치는 이벽 집 터의 인근 지역으로 정확한 장소는 수표동과 관수동 사이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승훈(베드로),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황사영(알렉시오), 조동섬(유스티노) 등이 국문을 받았던 의금부 터는 종각역 1번 출구 바로 앞이며, 박해시기 많은 천주교인들이 심문을 받고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수감된 전옥서 터는 종각역 6번 출구에 남아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8월 23일 발표한 공문을 통해 성지순례길 조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염 대주교는 “한국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비롯 서울시내 여러 곳에도 순교 사적지 표석만 있을 뿐”이라며 “성지순례길을 통해 순교 성인들의 신앙을 기억하고자 하는 열정이 다시 살아나길 빈다”고 전했다.
■ 이야기가 있는 성지순례길
서울대교구는 각 성지순례길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각 순례길 코스마다 성지의 역사와 이야기가 수록된 팜플렛을 배치한다. 과거의 순교자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대의 순례자들도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다. 교구는 ‘성지와 나’를 주제로 한 사진 콘테스트를 9월 1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다. 교구 내 성지를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을 찍어 메일(theholyplace@catholic.or.kr)로 응모하면 된다(1인 1매 응모). 당선작은 오는 24일 교구 페이스북(facebook.com/commu.seoul)을 통해 발표된다.
이번 성지순례길의 공식 코스는 세 가지이지만, 순례자들의 편의에 따라 순교성지 및 사적지를 선택해 자유롭게 순례할 수 있다. 하루 안에 완주하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구간 별로 나눠 순례하는 것도 가능하다. 순례길 코스의 각 성지마다 스탬프를 배치해 놓아 방문을 인증하면 된다.
성지순례길 순례자들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도좌의 축복’(Apostolic Blessing)을 받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8월 23일 교황청 국무원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성지순례길을 통해 순례자들이 다시 신앙을 굳건히 하고, 시급한 복음화 임무에 온전히 헌신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을 순례하는 신자들에게 ‘사도좌의 축복’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또한 명동대성당, 절두산 순교성지성당, 중림동 약현성당, 삼성산성당, 당고개 순교성지성당, 새남터 순교성지성당, 종로성당, 서소문 순교성지 등 전대사 지정 본당 및 성지에서 사도신경과 주모경, 묵상,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를 각 1회씩 바치면 전대사도 받을 수 있다.
성지순례길 참여는 본당 공동체 및 소그룹으로도 가능하다. 도심에 위치해 있는 순례길이기 때문에 청소년, 청년들의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교구는 기대한다.
교구 교구장 수석비서 허영엽 신부는 “잘 몰랐던 교구 내 순교성지와 사적지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확한 성지 발굴과 개발을 위해서도 신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성지순례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은 계속 진화될 예정이다. 교구는 “추후 지속적으로 코스를 수정, 보완하며 개발할 것이다”면서 “지자체와 협의회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성지순례코스를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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