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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이제 순례자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합니다

by 세포네 2013. 3. 11.
[교황 특집]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서의 마지막 시간

 

▲ 2월 27일 마지막 주례 일반 알현을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한 교황이 군중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마지막 일반알현부터 사도좌 공석까지.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서 공적 직무를 수행한 마지막 날들은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598년 만에 교황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베네딕토 16세의 마지막 행보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였다.
 
 ○…2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교황의 마지막 주례 일반 알현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로 광장은 물론 주변 대로까지 인파로 넘쳐났다. 관계자들은 15만 명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겨울날씨답지 않게 화창했다.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어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광장에 나타났다. 환호하는 군중에게 화답하며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베드로 대성전 바로 앞 중앙 연단에 오르기까지 30분이 걸렸다.

 교황은 "베드로 직무를 맡는 이는 더 이상 어떠한 사적인 일도 없으며, 언제나 모든 이에게, 전체 교회에 속한다"고 말했다. 또 교황직 사퇴가 사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는 그 십자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 곁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교황직을 사임하지만 교회를 위해 희생하고 섬기는 일은 계속할 것이다.

 교황의 연설은 군중의 환호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교황의 말이 끝나자 2분 동안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교황은 여러 나라 말로 감사인사를 했다. 그런 다음에 모두 하나가 돼 라틴어로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 2월 28일 오전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추기경단과 마지막 만남을 갖고 인사하는 교황.

 
 ○…2월 28일 오전 바티칸 클레멘스홀. 추기경들이 교황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곳이다. 선종한 교황의 장례식에 앞서 마지막 만남이 이뤄지는 이곳에서, 이날 사임하는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단과 마지막 공적 만남을 가졌다.

 베네딕토 16세는 참석 추기경 144명에게 간략한 인사를 통해 후임 교황을 선출하게 될 추기경단의 일치와 화합을 당부하면서 자신도 새 교황에게 무조건적인 존경과 순명을 서약했다.

 교황은 또 전날 성 베드로 광장에 15만 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함께 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교회가 성령에 의해 생기를 얻고 참으로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가는 살아 있는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은 교회와 인류의 선을 위해 자기를 부정하면서까지 아낌없이 봉사한 교황에게 깊은 감사와 애정을 다시 한 번 표현하기 위해 추기경들이 함께 모였다고 인사했다. 교황은 추기경단의 기립 박수를 받은 뒤 한 사람 한 사람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 2월 28일 오후 교황청 근위대를 비롯한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바티칸 교황궁을 떠나는 베네딕토 16세.

 
 ○…2월 28일 오후 5시. 2월의 마지막 햇살이 아직도 바티칸 교황궁에 비치고 있을 때 교황은 8년 동안 몸 담았던 교황궁 숙소에서 나왔다. 뜰에는 스위스 근위대가 도열해 있었고, 교황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헬기가 대기 중인 바티칸 정원을 향해 차가 움직이자 베드로 대성전의 종들이 일제히 울려퍼졌다. 교황이 탄 흰색 헬기는 교황청 상공을 선회한 후 로마 동남쪽 카스텔간돌포로 향했다.

▲ 2월 28일 저녁, 교황 숙소 문을 닫고 있는 교황청 직원들. 이 문으로는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다.

 
 ○…2월 28일 오후 5시 30분. 카스텔간돌포에서 주세페 베르텔로 추기경과 카스텔간돌포 시장의 영접을 받은 교황은 다시 승용차를 타고 교황 여름 집무실로 사용되는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에 도착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고 바티칸 정원의 봉쇄수도원 리모델링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베네딕토 16세가 묵게 될 곳이다.

▲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에 도착한 베네딕토 16세가 2층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교황은 자신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는 순례자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교황궁 앞 광장은 이미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순례객과 방문객들로 뒤덮여 있었다. 교황은 2층으로 올라가 정문 위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저는 지상의 마지막 무대를 시작하는 순례자일 따름입니다."
 "마음을 모아, 제 힘을 다해 교회와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기도와 묵상으로 일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뒷받쳐주고 성원해 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교회와 세상의 선을 위해 함께 나아갑시다. 진심으로 제 축복을 보냅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마지막 축복을 하고 돌아섰다.
 저녁 8시 카스텔간돌포 교황궁의 정문이 닫혔다. 사도좌 공석을 알리는 신호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걸어온 길(연보)

 

△1927년 4월 16일 독일 바이에른주 마르크틀 암 인 출생. 생후 4시간 만에 영세
 △1929년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 티토모닝으로 가족 이사
 △1939년 부친 정년퇴임 무렵 트라운스타인 근처 슐락으로 이사. 트라운스타인 소신학교 입학
 △1943년 뮌헨 방공포 부대 징집. 막스 김나지움에서 주3회 신학공부
 △1947년 뮌헨대학 부속 헤르초글리헤스 게오르기아눔 신학교 재입학
 △1951년 프라이징에서 사제수품. 뮌헨-모자크 성 마르틴본당 보좌신부
 △1953년 뮌헨대학에서 신학박사학위 취득
 △1954~57년 프라이징 철학-신학대학에서 교의신학ㆍ기초신학 교수
 △1959년 본 대학에서 기초신학과 정교수
 △1962~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독일 요제프 프링스 추기경 자문역(전문위원) 활약
 △1963년 뮌스터대학 강의
 △1966년 튀빙겐대학 교의신학ㆍ교의사학 정교수, 한스 큉과 학문적 교류
 △1969년 레겐스부르크대학 교의신학ㆍ교의사학 정교수
 △1976~77년 레겐스부르크대학 부총장
 △1977년 3월 24일 뮌헨 프라이징 대교구장
 △1977년 5월 28일 대주교 수품
 △1977년 6월 27일 추기경 서임
 △1980년 교황청 평신도에 관한 특별시노드 의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장관직 제의했으나 뮌헨대교구장 복귀 희망하며 고사
 △1981년 11월 2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교황청 성서위원회 위원장.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장
 △2002년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교황 재위 이후

 ▨2005년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4월 19일), 제20차 세계 청년대회 계기로 독일 쾰른 사목방문(8월 18~21일), '성체성사'를 주제로 한 제11차 세계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 개최(10월 2~23일),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발표(12월 25일)
 ▨2006년
 교황 즉위 후 처음으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포함해11개국 15명의 추기경 임명(2월 22일),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와 정의평화평의회 지휘부 통합 및 종교간 대화평의회와 문화평의회 지도부 통합(3월 11일),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주교 접견(5월 20일), 폴란드 사목방문(5월 25~28일), 독일 바이에른 사목방문(9월 9~14일), 터키 사목방문(11월 28일~12월 1일)

 ▨2007년
 「나자렛 예수」 제1권 출간(4월 16일), 브라질 사목방문(5월 9~14일),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서한 발송(5월 27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방식인 트리덴티노 방식 미사 전면 허용하는 문헌 「교황들」 발표(7월 7일), 새 추기경 23명 임명(10월 17일), 두번째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발표(11월 30일)
 ▨2008년
 미국 사목방문(4월 15~20일), '바오로의 해' 특별희년 선포(6월 28일), 호주 시드니 세계청년대회(WYD) 참석(7월 15~20일), 프랑스 사목방문(9월 12~15일), 제1차 가톨릭-이슬람 대화 모임 참석자들 접견(11월 6일)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조전 보냄(2월 16일), 아프리카 첫 사목방문(3월 17~23일), 요르단ㆍ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사목방문(5월 8~15일), '사제의 해' 선포(6월 19일), 세 번째 회칙이자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발표(6월 29일), 복자 다미안 신부 시성식 거행(10월 11일), 성공회 신자들을 포용하는 교령 「성공회 신자 단체」 반포(11월 4일)

 ▨2010년
 로마 유다교 회당 방문(1월 17일), 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성추문 조사를 위한 아일랜드 주교 24명 접견(2월 15~16일), 포르투갈 사목방문(5월 11~14일),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교서 보냄(9월 5일),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접견(9월 2일), 스페인 사목방문(11월 6~7일)

 ▨2011년
 동북부 대지진 겪은 일본교회에 위로 메시지 전함(3월 11일),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 거행(5월 1일), 크로아티아 사목방문(6월 4~5일), 바티칸-말레이시아 수교(6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WYD) 참석(7월 16~21일), 신앙의 해 선포에 관한 자의교서 「믿음의 문」 반포(10월 16일), 세 번째(첫 국빈 자격) 독일방문(9월 22~25일), 아시시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지도자 모임 주관(10월 27일), 아프리카 베냉 방문, 교황 권고 「아프리카의 임무」 발표(11월 18~20일), 사제수품 60주년(12월 21일)

 ▨2012년
 새 추기경 22명 임명(1월 6일), 대담집 「세상의 빛」 한국어판 출간(3월 19일), 멕시코ㆍ쿠바 사목방문(3월 23~28일), 85살 생일(4월 16일), 서울대교구장에 염수정 주교 임명(5월 10일), '신앙의 해' 선포(10월 11일), 새 추기경 6명 임명(10월 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한국

 

한반도 평화ㆍ식량난 북한주민에 깊은 관심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지난해 6월 29일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팔리움을 받은 후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재임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국가 중대사 등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교황은 특히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발언했다. 2006년 교황청 주재 신임 일본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교황은 "교황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 양자협상과 다자협상을 권장한다"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 국민들은 50년 넘게 가족과 친지가 헤어져 사는 분단의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 고통에 영적으로 함께 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서로 오가지 못하는 문제가 하루 속히 해결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007년 9월 30일, 교황 여름 집무지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후에는 "지금 한반도에서 남북 대화의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화해를 위한 노력이 강화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리라는 희망을 낳고 있다"면서 전 세계 신자들에게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기도해주길 당부했다.

 2007년 12월 앗 리미나(사도좌 정기방문) 중인 한국 주교들에게 한 연설에서는 "(한국교회의 대북지원 등) 북한 주민들 복지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격려하는 동시에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북한 주민을 섭리로 돌봐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또 2009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G8 확대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교황청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국에 큰 행사나 사건이 있을 때도 전문 등을 보내 관심을 표명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튿날인 2009년 2월 17일 당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보낸 추모사를 통해 "오랫동안 교회에 헌신하고 추기경단 일원으로 교황에게 충심으로 협력한 김 추기경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며 정 추기경님과 모든 한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평화와 힘을 주시도록 하느님의 강복을 진심으로 간구한다"고 말했다.

 2008년 1월 40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때는 당시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에게 위로문을 보냈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는 인간 존엄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면서 "회의를 통해 채택된 해결책들은 인간 발전을 목표로 할 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가톨릭평신도대회를 앞두고 보낸 서한에서 "이 대회가 아시아 평신도들이 기쁨에 넘쳐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한국 어린이 3명이 2011년 12월 21일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며 사제수품 60주년 축하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교황은 평화신문이 주최한 '교황님께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국 어린이 3명을 2011년 12월 21일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날 어린이들은 편지와 선물을 전달했다.

 한편 교황은 재임기간에 정진석 추기경을 추기경으로 서임(2006년 2월)하고, 염수정 대주교를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2012년 5월)하는 등 16건의 주교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주교는 8명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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